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방문하면서 취임 후 두 번째 다자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지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일정에서도 한반도 평화, AI(인공지능) 등 국제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수행원, 수행 기자단 등과 함께 22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출발해 3박 5일 동안의 방미 일정을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도착 첫날인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을 만나 AI와 에너지 전환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같은 날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접견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의 역할을 당부한다. 이후 저녁에는 뉴욕 한인 사회 동포들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둘째 날인 23일에는 190여개 정상 중 일곱 번째로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회복 과정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한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글로벌 현안 대응에 있어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사무총장의 지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특히 24일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인공지능과 국제 평화·안보'를 주제로 공개 토의를 직접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AI'라는 기조 아래 국제 사회의 평화, 번영을 위한 공동 대응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또 25일에는 뉴욕 월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 참석해 글로벌 핵심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투자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 행사에는 월가의 거물급 인사도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통령실은 우리 경제의 신뢰를 높여 투자를 높일 취지로 준비 중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이번 뉴욕 방문을 계기로 돌아온 민주 한국,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자 한다"며 "특히 유엔 지원으로 전쟁의 위기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또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최근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돌아와 유엔 창설 80주년이자 해방 80주년인 올해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평화·개발·인권 의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는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진행되며, 193개 회원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 외교 무대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회원국 7개국과 한국, 호주, 브라질, 인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등 초청국 7개국이 참석한 지난 6월 캐나다 G7 정상회의보다 훨씬 더 큰 외교 무대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프랑스, 이탈리아, 우즈베키스탄, 체코, 폴란드 정상들과의 다자 외교를 통해 양국 간 유대를 강화하고, 방산·인프라 협력 등의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실질적 다자 무대 데뷔인 이번 방문에서도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 사회 기여, 주요국과의 양국 관계 강화,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신뢰도 제고를 종합적으로 이뤄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3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으로 지난달 25일 이후 한 달여 만에 한·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들의 회동은 계획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적 근래에 회담했고, 10월(경주 APEC 정상회의)에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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