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와 함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초 변동성이 부각된 시장에서 배당 중심의 '인컴 전략'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은 결과로 보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고배당 ETF에는 연초 이후 2조25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는 단순 주가 상승을 노리는 '캐피털 게인'보다 배당을 통한 절대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강화된 모습이다.
고배당 ETF는 통상 금융과 필수소비재 중심의 전통 고배당 업종에 집중되는데, 해당 업종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해 대비 개선되면서 ETF 편입 비중도 동반 확대됐다. 특히 금융섹터의 경우, 12개월 선행 PBR이 0.8배 수준까지 회복되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ETF 매력 '업그레이드'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 포함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이번 고배당 ETF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제도 도입 시, 기존 최고 45%에 달하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담이 최대 35% 수준으로 낮아지며, 고액 배당투자자 입장에서 세후 수익률이 개선된다.
적용 대상은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기업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 및 최근 3년 평균 대비 배당금이 5% 이상 증가하고 전년 대비 배당을 줄이지 않은 기업이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스크리닝 결과 코스피200 종목 중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총 43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KT, LG전자, NH투자증권, 삼성카드, 한전KPS, 현대엘리베이터, 동서, 유한양행, 에스원, 동원산업, 롯데칠성 등은 고배당 ETF에서 주요 편입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익률도 우수… "정책 수혜 ETF가 알짜"
정책 수혜 예상 종목을 20% 이상 편입한 ETF들도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대표적으로 'RISE 고배당'은 분리과세 요건 충족 종목 비중이 25.4%로 가장 높으며, 연초 이후 수익률은 43.4%에 달한다. 'KODEX 배당가치', 'KODEX 고배당주', 'HANARO K고배당'도 모두 YTD(연초 이후) 기준 36~38%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금융지주 비중이 높은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은 연초 대비 63.3% 상승했으며, 'PLUS 고배당주'도 44%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상법 개정안 통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고배당 ETF는 정책 수혜와 인컴 전략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평가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컴전략과 정책적 지원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고배당ETF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변동성 완충과 안정적 수익원을 제공하는 합리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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