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물가 비상] 채소 가격 절반은 유통비용…정부, 유통구조 개편에 칼 빼들어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유통 구조 개혁이 구호에 그쳤으나 온라인 도매 비율을 높이는 등 유통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유통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국민 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가격 안정화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현재 국내 농산물은 최대 9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은 생산자 단체→산지 유통인→산지 공판장→가공(저장)→도매상→중간 도매상→대형 유통업체→소매상을 거쳐 소비자 손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부담은 점점 불어나게 된다. aT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에 달한다. 소비자가 1만원을 지불하고 농산물을 구입하면 그중 4920원을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셈이다. 김장철 많이 찾는 배추·무 같은 엽근채소류 유통비용률은 64.3%에 달한다. 양파·대파 등 조미채소류도 60.8% 수준이다. 세부 품목으로 보면 월동무 78.1%, 양파 72.4%, 고구마 70.4% 순으로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몫이 많았다. 

농산물은 이상고온, 가뭄 등 날씨 영향에 따라 작황이 좌우돼 가뜩이나 가격 변동 폭이 심한 데다 복잡한 유통구조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농산물 유통비용을 현행보다 10% 낮추는 것을 목표로 유통구조 개선에 칼을 빼 들었다. 온라인 도매 비율을 전체 중 절반으로 높이고,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해 경매 일변도에서 벗어나 예약형 정가·수의 매매를 도입하기로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유통구조 개혁은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유통산업 체질을 개선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공정경쟁 환경 조성·규제 완화 같은 정책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물가 관리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가 장바구니 부담을 높이는 만큼 유통·식품업계에 가격 안정화 노력도 당부하고 있다. 앞서 식품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대선 직전까지 잇달아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 올랐고 특히 식품지수가 3.9% 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가격 규제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정부의 물가안정 강화 기조에 대해 "원자재 값이 올라가고 인건비가 오르는데 기업이 적자를 보면서 운영할 수는 없다"며 "지난 정부에서 가격 규제를 엄청나게 했는데 이번 정부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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