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의 장비 설치와 공장 셋업을 한국에서 원격 지휘하는 체계로 전환한다. 비자 문제로 국내 인력 파견이 어려운 가운데 준공 일정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원격 셋업은 소재 믹싱, 조립 및 후공정, 서버 구축 등 배터리 핵심 공정 전반에 적용된다. 현지 미국인 근로자가 장비를 설치하고, 한국 본사와 협력사 직원이 CCTV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세부 지침을 제공하는 식이다.
최근 300여 명의 한국인 전문 인력이 구금되면서 건설 작업이 전면 중단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미 비자 발급 지연 등 잠재적 리스크를 감안해 원격 근무 방식을 검토하다가 이번 구금 사태로 본격 실행됐다.
HL-GA 건설은 총 8조8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내년 상반기 완공과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일정이 지연되면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줄어든다. AMPC는 생산액의 최대 10%를 세액 공제하는 제도로, 수조원대 매출에 직결된 사안이다.
LG엔솔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건 핵심 파트너인 현대차의 현지 전기차 생산 계획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HL-GA를 통한 배터리 납품이 늦어질 경우 대체 공급망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계획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이 '한국에서 지휘, 미국에서 설치'라는 원격 셋업 체계를 가동하며, 공장 준공에 박차를 가하게 된 배경이다. 이번 사례는 향후 해외 신규 공장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격 지휘로 공정의 세부 조율과 튜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원격 셋업은 글로벌 생산망 안정화와 신속 대응을 위한 전략이지만 장비 세부 조율은 현장 경험 없이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엔솔 측은 "지금은 복귀한 직원들이 안정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며 "원격 셋업 시스템을 포함한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 운영 방식은 추후 정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