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할 의사를 밝힌 가운데 코스피는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남은 증시 상승 모멘텀으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은 특히 심리로 움직이는데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 산업 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인 주식시장 활성화가 양도세 대주주 기준 때문에 장애를 받게 될 정도라면 굳이 (대주주 기준 하향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의 의지를 의심하는 시험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굳이 그걸 끝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국회 논의에 맡기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도 최고세율을 낮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통령은 "분리과세 세율, 분리과세 대상 선정의 기준은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세수에 큰 손실이,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당국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정도가 가장 배당을 많이 늘리면서도 세수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던 것 같다"며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시뮬레이션과 다를 경우) 필요하면 그에 맞춰서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법 과정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고 시행 후에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말 세제개편안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피 지수가 8월 들어 3200선을 답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코스피 지수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9일 하루 동안 40.46포인트(1.26%) 상승한 지수는 10일에는 54.48포인트(1.67%)가 다시 오르며 종가 기준 3314.53으로 4년 2개월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93포인트(0.51%) 오른 3331.46으로 마감하며 8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장중 최고가는 3344.70을 기록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이 현행 유지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시장의 시선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으로 쏠리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소영 의원 발의안에서 최고세율 25%로 추진됐으나 정부안에서는 최고세율이 35%에 그치면서 배당활성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낳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증시 추가 상승을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하향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철회 가능성 등으로 정부의 시장 친화적, 효율주의적 스탠스가 재차 확인됐다"며 "9월 정기 국회에서 배당소득분리과세, 자사주 매입 소각 의무화 등 세부 논의에 따라 추가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현재 부동산 투자에 묶여있는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라며 "현재 강남 지역에서 기대 임대수익률이 약 3% 가량인데 배당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최고 25%로 낮아진다면 부동산이 아닌 배당을 노린 주식 장기투자로 돌아설 충분한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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