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달간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산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 관련 ETF는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중국 전기차·배터리 ETF는 고수익을 달성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8월8일~9월10일) 중국 이차전지·전기차 관련 ETF의 평균 수익률은 29.69%에 달했다.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는 43.5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ETF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KODEX 차이나2차전지MSCI(합성)’ 역시 24.44%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번 급등의 배경으로는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imited)의 상승세가 꼽힌다. CATL은 같은 기간 약 20%에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CATL을 비롯한 중국 대형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 커졌다.
CATL의 경우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BYD도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에서 동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이 중국 배터리 관련 ETF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배터리 관련 ETF들은 평균 -6.20%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특히 레버리지 ETF를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 주요 ETF 손실률을 보면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 -13.62%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13.07% △RISE 2차전지액티브 -7.72% △TIGER 2차전지테마 -6.32% △TIGER 2차전지TOP10 -6.29% △KODEX 2차전지산업 -6.19% 등이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산 저가 배터리와의 가격 경쟁 심화로 마진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 이차전지 ETF 주요 기업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들어 수차례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으며, 삼성SDI는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SK온 역시 영업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적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의 우려가 깊어진 상황이다.
증권가는 한국 배터리 업종의 반등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보수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들어 이차전지 관련 주식을 매도하거나 공매도한 투자자가 수익을 냈다”고 분석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도 “저가형 모델 확대나 테슬라 로보택시 등 이차전지 침투율을 높일 변수들이 생기면 바닥을 다질 수 있다”면서도 “아직 진짜 바닥인지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SK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2025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년 전 대비 60~90% 하락했다고 분석했으며 내년 하반기에도 수요 부진, 공급과잉, 경쟁 심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ETF 수익률은 시장의 흐름이라기 보다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중국의 경우 적극적인 정부 지원, 내수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높은 생산단가, 북미·유럽 중심의 시장 의존도라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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