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시 직접 의뢰한 기관의 감정평가액만 인정하기로 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시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데 감정평가액이 많게는 70%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매입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을 법제화하고 있어, 보험 갱신이 거절되면 임차인 구하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 청년안심주택에서 LTV 60% 미달을 이유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갱신이 거절당한 가구가 나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TV 46~47% 수준으로 나왔으나 올해 6월부터 도입된 HUG 인정감정평가 제도에 따라 새로 산정한 주택 감정평가액이 낮아지면서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민간매입임대주택을 임대할 시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가입이 의무다. 임대사업자가 지켜야 할 보증가입 요건은 △부채 비율(주택 가격 대비 담보권설정금액과 임대보증금의 합) 90% 이내 △담보인정비율(주택 가격 대비 저당권 등) 60% 이내 등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감정평가를 HUG가 인정한 5개 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면서 평가액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감정평가액이 727억 1100만원이었던 한 사업장은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인정감정평가를 적용하자 감정평가액이 521억 79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근저당 설정액(335억 6400만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LTV가 46.99%에서 64.32%로 늘었다.
이주화 리얼티메이트 대표는 "토지에 대한 개별 공시지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편이고, 건물에 대한 가치는 연식이 될수록 감가가 되면서 감정평가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HUG의 감정평가 기준은 시장 평가와의 간극이 현저히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줄어든 평가액만큼 임대사업자가 자기자본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된 상황에서 새 임차인을 받으면, 보증금을 최우선 변제 금액 한도 내에서만 받아야 한다. 보증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최우선 변제가 가능한 보증금 한도 내에서 임차인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임차인이 계약을 연장한다면 보증보험은 매년 갱신해야 하는데, 한도를 맞추기 위해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청년안심주택을 포함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금조달을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실했던 사업장까지 부실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은 분양수익이 의무임대기간(8~10년) 후에 생기는 구조여서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HUG는 감정평가 악용을 방지하고자 인정감정평가제도를 도입했다는 반응이다. 임대사업자가 원하는 감정평가 금액이 나올 때까지 다수 평가기관에 탁상(예비)감정을 반복 요청하는 이른바 '가격쇼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HUG 측은 "오히려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이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사업주 관리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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