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전담하는 ‘배드뱅크’ 출범 작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금융당국에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진 한편 당장 금융업권 간 분담금 비율조차 전혀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무 작업을 전담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일정대로 진행한다지만, 다음 달 채권 매입 개시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를 끝으로 배드뱅크 관련 금융업권별 릴레이 설명회가 마무리됐다. 배드뱅크를 추진 중인 캠코는 지난 7월 은행을 시작으로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 등 업권별 설명회를 진행해 왔다.
다만 아직 캠코와 연체채권 매입 관련 협약을 맺은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연체채권 매입 시작은 단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구체적인 협약 일정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캠코는 추후 배드뱅크 출범식과 함께 협약을 진행한다는 구상이지만, 작업 속도는 더 더뎌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일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금융당국 내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캠코의 역할은 실무 작업 추진에 그칠 뿐 결국 배드뱅크가 출범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됐고, 금융감독원은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등 조직 내부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자칫 새 정부조직이 출범하는 내년 1월 2일까지 배드뱅크 출범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실제 당초 계획했던 일정도 밀리고 있다. 지난달 발표할 예정이던 배드뱅크 명칭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를 위해 캠코가 3주간 진행한 명칭 공모전은 지난달 1일 끝난 상태다.
캠코의 업권별 릴레이 설명회 역시 연체채권 매입 절차, 채무자 요건 등 실무적인 부분 설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배드뱅크 논의에 있어 핵심인 분담금 비율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설명회가 끝난 후 각 금융협회는 소속 금융사의 배드뱅크 관련 의견을 취합했지만, 일부 업권에선 어떤 의견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분담비율은 캠코 소관이 아니다”며 “설명회에선 채권 매입 기준 같은 실제 업무 관련된 부분만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분담금은 배드뱅크 운영을 위한 재원인 만큼 당국에서 직접 주도해야 할 사안이지만, 현재 당국은 업권 간 자율결정 원칙을 내세우며 비율 결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올 3분기 발표할 예정이던 배드뱅크 세부 방안도 당국의 조직개편에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캠코 관계자는 “배드뱅크 명칭은 세부 방안 발표 시점에 공개가 될 것 같은데, 아직 확정은 안 됐다”며 “기존 일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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