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현 육군 소장·56사단장)을 잇달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10일 오전 신 전 차관은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고인과 유가족께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나라와 군을 위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아는 사실을 성실히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고 지시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을 피하며 “진실은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고만 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신 전 차관은 채상병 사망 당시 국방부 2인자로, 수사 외압 정황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특히 그는 ‘해병대 질책 문자’ 발신자로 지목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2023년 8월 1일 김 전 사령관이 “혐의자, 죄명 빼고 ‘수사’를 ‘조사’로 바꾸라”는 문자를 읽어줬다고 주장하며, 이 문자를 신 전 차관이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했다. 다만 신 전 차관은 이를 부인해왔다. 그는 사건 기록 이첩이 있었던 8월 2일 윤석열 전 대통령,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에 전달된 외압 경로와 신 전 차관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특검팀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에 대해서도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박 전 보좌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모해위증 혐의로 입건했고, 이번 주부터 개별 혐의에 대한 본격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가 3차례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7∼8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며, 김 전 사령관 등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군 수사 라인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또한 사건 당시 해병대 사령부 2인자였던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 조사했다. 정 전 부사령관은 2023년 7월 31일 사건 브리핑이 돌연 취소된 직후 열린 회의에서 이 전 장관의 지시 10가지를 기록한 ‘정종범 메모’를 작성한 인물이다. 특검은 그를 상대로 윤 전 대통령 격노 이후 회의 내용, 지시사항, 기록 이첩·회수 과정 전반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육군 중장)이 최근 직무 정지된 것과 관련해 특검은 “우리 측 요청은 없었고, 국회 고발로 인한 수사 개시 통보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 역시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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