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을 전방위로 도입하고 있다. 고객 상담부터 상품 개발, 보험금 지급, 설계사 교육까지 영역을 넓히며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이 AI 관련 가장 먼저, 또 가장 널리 도입한 영역은 내부업무 지원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 6곳(한화생명·교보생명·KB라이프생명·KB손해보험·코리안리)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내부망에 생성형 AI를 연계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여기에 최근 메리츠화재도 같은 유형의 서비스를 신청하며 합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망분리 규제 때문에 외부 AI를 쓸 수 없는 보험사 특성상 내부망 전용 GPT 도입이 가장 먼저 확산돼 편리함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심사와 보상 부문은 성과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교보생명은 보험금 심사에 AI를 적용해 지급 속도를 평균 0.24일로 단축, 업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빠르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지난 8월 AI 의료심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DB손해보험은 장기보험 보상청구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디지털 보험사들도 비대면 확대를 내세웠지만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대면 판매는 자동차보험 등 상품에 한정돼 있고, 생·손보는 대면 영업 비중이 크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도입 효과가 이미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보험업계의 AI 선도 기업은 후발 주자보다 총주주수익률(주가상승분과 배당을 합친 주주 수익률)이 6배 이상 높았다"며 "AI 도입 속도와 범위가 실적과 기업가치에 직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부 활용을 넘어 향후에는 보험 사기 탐지 등 리스크 관리에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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