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틔우는 데 있어서 내년 세계유산위원회가 굉장히 중요해요. 북한을 초청할 계획이에요.”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8일 서울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하며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북한 초청을 요청하는 내용을 서면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내년에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경색된 남북 관계의 첫 물꼬를 틀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저희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으니, 유네스코 사무총장에 서신을 보냈다”며 “내년에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남북한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중재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11월 말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총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며 “특히 DMZ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국가에서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곳이다. 남북한 공동으로 DMZ를 통해서 세계 평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민간에서 먼저 남북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며 “민간 교류를 통해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고 이후에 금강산 유점사 복원 등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중단됐던 것들을 국가유산청과 통일부, 외교부, 문체부 등과 상의하면서 교류의 물꼬를 터보겠다”고 덧붙였다.
국가유산청은 여건이 마련되면 우선적으로 2018년 이후 중단된 개성 고려궁성(만월대) 남북 공동조사를 재개하고, 최근 북한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금강산 내 유점사 복원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와 협력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허 청장은 “케이(K)-컬처의 300조 시장에 K-헤리티지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특화된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고, 이를 통해 국가유산 생성형 AI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또한 국가유산 3차원(3D) 원천자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연관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는 “세계 어느 사람이나 국가유산을 볼 수 있도록 시공간과 언어를 초월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들어서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며 “국가유산 3D 원천자원의 지식재산권(IP)을 무료로 개방해서 국민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궁궐 외국인 특화 프로그램 확대, 경복궁 플래그십 스토어 조성 등을 통해 관광 활성화에도 힘을 보탠다. 허 청장은 “K-관광 3000만 시대를 달성하도록 국민문화축전 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밤에도 궁궐을 개방하는 등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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