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파월의 변심 …우려되는 美 연준 금리정책 변화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미국 정계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세미나에서 통화정책에 관해 매우 중요한 내용을 발표했다. 통화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체계 점검이라는 제목의 발표였지만 그 핵심 내용은 연준이 금리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 갈지에 대한 변화를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어서 매우 중요한 발표였다. 연준은 매년 '장기목표 및 통화정책 전략 발표문'(이하 장기전략발표문)이라는 것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장기전략발표문은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2012년 1월 맨 처음 발표했는데 그 목적은 ①연준의 통화정책 원칙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②연준의 통화정책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며 ③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밝히고 ④이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림으로써 경제와 정책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경제 상황의 변화를 제때 반영하기 위해 5년마다 조정하고 있다.

첫해인 2012년 장기전략발표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에 따라 자동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는 소위 '테일러 공식(The Taylor’s Rule)'을 도입한 것이었다. 이 공식에 따른다면 만약 실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높으면 기준금리를 높이고 만약 고용이 최대(또는 완전고용)보다 낮으면 기준금리를 낮춘다는 비교적 간단한 공식이다. 예컨대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1%포인트 오르면 기준금리는 0.5%포인트 낮추고 또 실업률이 목표치보다 1%포인트 높아지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이전까지는 대체로 무난하게 적용되었다.
 
2020년의 변경 : 불가피한 초저금리
 
2019년 말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급격하게 경제가 추락하자 연준은 테일러 공식을 적용하기가 어려워졌다. 급격히 추락하는 경제 및 고용을 방어하기 위하여 급속도로 기준금리를 낮추어야만 했다. 연준은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1.75%(최고치 기준)에서 0.25%로 150bp 낮추었다. 이 조치는 근본적으로 고용 추락을 반전시키기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 당시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었으므로 기준금리가 낮아져도 인플레이션 걱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테일러 공식은 2020년 정책 변화로 사실상 무너졌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두 가지다. ①현재 인플레이션을 특정 시점이 아닌 기간평균치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과 ②최대고용을 고용률 혹은 실업률과 같은 통계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최대고용인원을 산정하고 이 최대고용인원과 현재 고용의 결손분(shortfalls)에 따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이다. 특정 시점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기간평균치 인플레이션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특정 시점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다소 높더라도 용인하면서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언한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플레이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는 말이다. 테일러 공식을 무시하고 고용 수치만 의존하다 보니 2021년 4월부터 인플레이션율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2월까지 연준은 기준금리를 전혀 올리지 않았다. 결국 뒤늦게 2022년 3월 이후부터 기준금리를 0.25%에서 5.5%까지 올리면서 2020년 체제를 변경해야만 했다. 연준이 이 기간 동안 갈팡질팡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5년 8월 장기전략발표문의 변경
 
2025년 8월 잭슨홀에서 발표한 파월의 발표문 내용의 핵심은 2020년에 채택했던 장기전략발표문을 근본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경의 방향은 ①평균 인플레이션율을 이용하던 방식을 폐기하고 ②2020년 장기목표전략에서 채택한 최대고용인원과의 결손분(shortfall) 산정을 폐기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최대고용인원을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여 판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종래의 테일러 공식에서 적용하던 방식 대신에 인플레이션은 그때그때 인플레이션에 유념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고용치를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여 산정한 뒤 이를 실제 고용과 비교하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연준의 이런 정책전략의 변화는 완전고용에 대한 정의를 훨씬 복잡하고 난해하게 하면서 기준금리를 예측하거나 이해하기가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연준은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최대고용을 산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정보이기 때문에 기준금리의 방향을 예측하고 가늠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물가는 자료도 신속하고 정확하며 모든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만 최대고용은 연준이 무슨 자료에 의거하여 어떤 공식에 의해 최대고용을 산정하며 따라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지가 더욱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정책전략의 변화는 개선되었다기보다는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연준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의해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내리는 이유를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여지를 크게 만들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법적 의무인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도 2.0%로 분명하게 설정되어 있고 인플레이션 통계자료도 신속하고 공신력 있게 수집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지만 최대고용 혹은 완전고용은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기준금리를 내리고 올리는 것은 불확실하고 상당히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2012년 장기목표와 통화정책 전략 발표문이 공개되고부터 지금까지 통화정책전략의 변경은 대부분 최대(또는 완전) 고용통계의 정의 변경과 관련되어 일어났다. 2020년과 2025 전략의 변경도 사실상 최대고용을 보다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더 넓고 광대한 고용통계를 활용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연준이 무슨 고용통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한 기준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며 어떻게 움직일지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행정부와 같은 외부 압력이 상존할 때에는 그런 압력에 굴복하면서도 연준은 꼬리를 감출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파월이 의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내년에 의장이 바뀌고 연준위원들 구성도 바뀐다면 기준금리를 의도적으로 내리기 위해 자의적으로 고용통계를 취사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파월의 8월 25일 잭슨홀 발표문은 고용통계를 더 면밀히 살펴보며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고 한 점에서는 고용상황이 나빠진다는 전제하에 기준금리가 앞으로 낮아진다고 기대할 수 있겠다. 하지만 포스트-파월 체제에서 연준은 바뀐 통화정책전략을 기초로 하여 고용 상황에 무관하게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준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단초를 제공하게 될 우려가 커졌다. 결국 이번의 통화정책전략의 변화는 완전고용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연준의 통화정책 규율을 크게 흔들면서 파월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연준의 기준금리와 신뢰도를 크게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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