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평균 원가율이 상반기에도 90% 밑으로 내려오지 않으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연구개발 투자 감축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설부문을 별도로 공시 하지 않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 건설사의 연구개발비는 올 상반기에 총 2534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713억900만원)보다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0.63%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9개 건설사들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해 4.3%(111억3100만원) 증가한 바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와 고금리·저성장에 따른 원가율 증가라는 악재 속에서도 연구개발에 힘썼던 업계가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 연구개발 쪽을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대건설의 연구개발비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2.0% 증가한 963억2500만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각각 433억500만원(1%), 182억2300만원(5.8%)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증가했고, HDC현대산업개발도 12.5% 증가한 139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1.3%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2010년대 후반 80%대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가율이 높은 이유로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 급상승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4로 2020년 100을 기준으로 30% 넘게 올랐다. 그만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앞으로도 원가율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 확대와 해외 사업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고 정부 정책도 주요 변수로 떠올라 비용을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산재 사고로 인해 정부가 중대재해에 따른 과징금 확대나 인허가 취소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재 양성이나 연구개발에 힘쓸 여력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연구개발비를 줄인 것"이라면서 "다만 건설업계는 제조업과 달리 신기술과 신상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연구비용 감축이 덜 부담스럽고, 업황이 회복되면 이 분야 투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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