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패권이 흔들리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존에는 세상에 문제가 생기면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달러스마일' 현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이제는 미국이 문제의 원인이 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달러프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달러 전망과 약달러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 센터장은 "올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33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추세적으로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런 전망의 배경이다. 지난 2분기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도 '달러프로운' 이론으로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4월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가 안 좋아질 거라는 우려와 함께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이라며 "파월 의장 해임설로 인해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면서 채권 매수세가 멈춘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재정적자 혹은 높은 부채수준이 기축통화의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엔화가 과거에 비해 상당한 약세를 보이는 것처럼 미국 역시 통화의 약세를 가져올 수 있는 수준의 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장률 전망 또한 원·달러 환율 변동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반면 한국은 신정부 출범 이후 내수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비농업 고용자수를 꼽았다. 비농업 고용자수는 올해 들어 기준점이 되는 15만명을 넘은 적 없고 꾸준히 둔화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가계의 카드 신용잔액도 지난해 연말 고점을 찍고 낮아지고 있다. 최 센터장은 "미국의 소비가 경제를 이끄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없다"고 풀이했다.
정체되고 있는 ISM제조업지수도 미국 경제 둔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연초 이후 제조업지수는 침체 기준인 45% 아래로 내려오지는 않으나 45~50%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 센터장은 "신규 주문도 낮아져 있기 때문에 ISM제조업 지수가 일시적으로 오를 순 있어도 50%를 넘어서 굉장히 좋아지는 건 불가능하다"며 "미국 경제가 서서히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투자 부분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달러 강세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하반기 미국 경제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을 통해 얻어낸 투자 약속을 기반으로 확대된 민간투자(비거주투자)가 소비 둔화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 역시 기준금리 하향을 전망하면서 달러 약세 흐름에 일조하고 있다. 실업률의 낮추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가 미국 경제의 둔화 원인으로 강달러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약달러를 야기하는 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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