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트럼프 대통령님께
‘위대한 피스메이커’(GPM)를 기대하며
혼돈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트럼프 대통령님(이하 미국식 ‘you(당신)’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양해를 부탁합니다)의 글로벌 외교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격언이 있습니다. 비전의 정치가로 유럽 최초 동서 ‘데탕트'를 구축하고, 독일 통일의 씨앗을 뿌려 노벨평화상을 받은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곳곳이 화염에 휩싸이고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위대한 평화 만들기’(Great Peace-Maker, GPM)가 지상 최고의 가치입니다.
세계사에서 '평화 만들기' 리더십을 보여준 두 지도자로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과 독일 오토 폰 비스마르크 총리를 꼽습니다. 예외적으로 4선인 루스벨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중 소련과 동맹을 맺고 히틀러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를 패퇴시켰고, 전후 국제질서의 중심인 UN과 브레턴우즈 체제를 설계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갔습니다. 또한 철혈재상으로 불리는 독일 비스마르크 총리는 ‘현실정치’라는 실용외교에 기반해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의 주역이었고, 이후 균형외교를 펼쳐 큰 전쟁을 막은 유럽의 ‘피스메이커’였습니다. 당신 할아버지가 독일 이민자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님은 ‘위대한 피스메이커'로서 지정학을 변경할 때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등 일부가 당신을 ‘폭군’으로 비난하지만 한반도에서 ‘위대한 땜질 외교’를 보여주세요. 진화론으로 노벨의학상을 받은 프랑수아 자코브가 1977년 사이언스(Science)에 쓴 논문 ‘진화와 땜질(Evolution and Tinkering)’에서 인용했습니다. 창조적 패치워크인 땜질은 제한된 역사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해 창조적 진화를 성취하는 당신의 외교 전략을 잘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25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어떤 관계입니까?
‘혈맹’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한·미 특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점령군이자 분단자였으며, 또 해방군이자 수호자이기도 합니다. 미·소 강대국의 얄타회담에서 전범국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의 분단 결정은 우리 운명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일제에 대한 해방군이고, 공산세력의 침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지킨 수호자입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약 3만6000명 전사했고, 한국군 약 13만7000명에 민간인 100만명 이상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한·미는 ‘서로 지켜주는 특수 관계’입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이 없다면, 과연 미국에 좋을 것인가.’ 미국이 우리를 수호하지 않았다면 경제 10대 강국의 번영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꽃을 피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듯이, 우리도 미국의 이익과 가치·번영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더 발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를 ‘ATM’, 즉 ‘돈을 찍어내는 기계’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기적은 피땀, 눈물이 어린 노력의 결과입니다. 일제식민지, 광복과 분단,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불사조’처럼 일어섰습니다. 막장인 독일 탄광에 광원과 간호원 파견, 미국의 요청으로 베트남 전쟁터 투입, 중동 사우디의 모래공사판과 리비아의 관수로 공사까지 불철주야 일해 ‘한강의 기적(miracle)’을 만들었습니다. OECD 가입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합니다.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15% 관세협정 후속 처리와 2개 현안, 즉 방위비 분담금과 지정학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과 EU의 협상처럼 방위비 3.5%와 무기수입 등의 거래(딜)를 할 수 있습니다. 새 지정학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기원합니다. ‘좋은 사이’로 칭찬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외교와 나아가 대중 전략의 레버리지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 영물은 ‘삼족오’로 미국의 영물인 흰독수리와 같습니다. 삼족오는 세 발로 딛고 안전하고 행운을 주는 상징입니다. 3은 동서양 모두 우주의 근원이자 행운의 숫자로, 서양 기독교에서 ‘3위 일체(성부·성자·성령)’와 우리 ‘천지인(天地人)’과 연결됩니다. 또한 3은 ‘1+2로 완성’이자 변증법의 ‘정반합(正反合)’입니다. 3자, 즉 당신과 남북한 정상과 만나 한반도 평화 만들기(비핵화·남북한 번영·북미 수교 등)에 성공한다면 ‘위대한 피스메이커의 화룡점정’이 될 것입니다. 어려운 지정학에서 ‘위대한 평화 만들기’에 성공했기 때문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독일의 브란트 총리도, 김대중 대통령도 피스메이커로서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북·미 관계를 위해 북·일 관계, 즉 일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한·미·일 3각 외교로 북한의 빗장을 풀고 번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일본 총리를 먼저 만나 ‘한·미·일의 선순환’을 말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는 10월 말 아름다운 천년 고도인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코뮈니케를 발표하면 어떨까요. 내년 중국에서 APEC이 열리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참가할 것입니다. 경주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게임체인지’를 하고,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을 주도하세요. 이후 평양을 방문해 당신과 남북한 정상 3자가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하면 전 세계에 최고 평화 메신저가 됩니다. 평양 골프장에 '깔때기홀'이 있어 홀인원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부동산 개발에 최고전문가인 트럼프 대통령님이 비무장지대(DMZ)에 ‘글로벌 AI 밸리’, ‘트럼프 골프장’ 건설 등 평화적인 개발 계획에 대해 남북과 함께 발표하면 어떨까요. 담대한 피스메이커 리더십으로 시진핑과 푸틴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등 ‘스몰딜’을 대범하게 뛰어넘고 ‘빅딜’인 ‘GPM’, 즉 위대한 한반도 피스메이커의 역할을 논의하길 기대합니다.
당신과 인연이 될 뻔했습니다. 중앙일간지 기자로 근무할 때 국내 처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과 인터뷰했고, 이어 고위층(청와대) 출신 지인으로부터 당신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지만 한국 방문이 무산돼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당신의 손주와 나의 손주 이름이 같은 카이(KAI)입니다. 카이가 한 2024년 미 대선 찬조연설을 보고 승리를 확신했는데, 가족의 파워입니다. <거래의 기술> 저서를 포함해 당신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읽고 ‘좋아요’도 누릅니다. 또 칼럼니스트로 대선 당선을 예측하는 칼럼들도 게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마지막으로 “어차피 생각할 거라면, 통 크게 생각해라(If you’re going to be thinking anyway, you might as well think big)”라는 당신의 격언을 좋아합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각에서 조롱하는 ‘장사꾼’에서 벗어나 통 크게 ‘창조적 외교의 기적’을 보여주면 세계 최강 미국의 ‘정치지도자(Statesman)’로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말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위인”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국민에게 ‘정적을 품고 통합을 이룬’ 링컨 대통령 반열에 오르는 위대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될 것입니다.
God bless you and Korea.(당신과 대한민국에 신의 가호가.)
김택환 원장(미래전환정책연구원)
국가비전전략가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미중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 미래>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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