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북미 시장 수주 확대에 힘입어 현지 생산공장을 신설하거나 설비를 증설하는 등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 움직임이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초고압 전력기기 수주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2배 높이기 위한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내년까지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앨라배마 법인은 현재 4년 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전력망 노후화로 대규모 교체 주기가 도래한 데다 최근 AI 반도체 생산 시설과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전력 기기 수요가 크게 늘고 전력기기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북미 시장 수주잔고 비중이 전체의 약 63%(35억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에는 증권사 대상 경영진 간담회에서 북미 현지 추가 증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북미 지역에서 안정적인 수주와 고수익 수주 확대를 기반으로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0% 이상, 매출 이익은 3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멤피스 공장 증설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북미 전력시장 점유율 1위, 2030년까지 AI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S일렉트릭의 경우 북미 자회사 MCM엔지니어링을 통해 배전기기 생산라인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미국 법인(LS ELECTRIC America)을 중심으로 북미 전역에 구축된 자체 유통망과 신속한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해 해외 메이저 기업(ABB)과의 격차를 좁히고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력기기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 공들이는 것은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변압기, 차단기 등 각종 전력 기기는 공장이나 산업단지 등에 들어가는 흔한 인프라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AI 열풍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가 늘며 이를 공급하는 필수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22억 달러(약 17조원) 수준이던 북미 변압기 시장은 10년간 7.7%씩 매년 성장해 2034년 257억 달러(약 35조 6700억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도 당분간 북미 시장에서의 K전력기기에 대한 러브콜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 고성장과 탄소중립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려 전력기기 시장은 앞으로 몇 년간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현지 공장 증설을 통해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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