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입법지원실장]
최근 빈발하는 금융기관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되었고, 이를 통해 임원의 책임성이 강화되었다. 지난 8월 11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와 은행 62개사 중 44개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운영실태 점검’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62개사는 이미 지난 1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완료했으며, 정기검사 대상인 18개사는 이번 점검에서 제외됐다. 지난 7월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보험회사에 대해서도 연내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 사전 컨설팅에서 안내한 주요 권고사항의 반영 여부와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중심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이 2024년 7월 3일 시행됨에 따라, 금융회사는 각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적으로 구분한 책무구조도를 도입해야 하며,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그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제도의 안착을 위해 시범운영 과정에서 컨설팅을 제공하고, 제재 기준을 담은 운영지침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우선 금융지주·은행 18개사와 대형 금융투자회사·보험회사 53개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사전 컨설팅’을 실시했다. 지난 5월 27일에는 시범운영 현황과 함께 주요 미비점 및 권고사항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첫째, 각자대표 체제에서 책무 배분 기준의 정립이 필요하다. 각자대표 체제를 운영 중인 일부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회사(총 8개사)의 경우, 대표이사 간 책무 배분에 관한 법령상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무 혼선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이들 회사는 경영 효율성을 위해 관리대표(경영관리 및 일부 영업조직 담당)와 영업대표(영업조직 전담)로 역할을 분담하는 2인 각자대표 체제를 채택하지만, 책무구조도 작성 시 대표별 책임 배분 방식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실제로 어떤 회사는 각 대표의 소관 업무 범위에 따라 책무를 나누는 반면, 다른 회사는 책무의 성격에 따라 관리대표에게만 단독 부여하거나 모든 대표에게 공동 부여하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둘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에 따른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어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대형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회사 53개사 중 25개사(47.1%)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겸직은 지배구조법상 금지되지는 않지만, 이 경우 책무구조도의 도입 취지인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소지가 있다. 대표이사는 내부통제와 관리를 집행·운영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반면,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운영·관리하며 대표이사의 총괄관리 의무 이행을 감독하고, 이사회 산하 내부통제위원회를 통해 조치의 적정성을 점검·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이처럼 상호 견제 기능이 충돌할 수 있으므로, 겸직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내부통제 체계 내 실질적인 견제 장치를 마련해 책무구조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중복된 책무 배분 구조로 인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있다. 상당수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회사에서 내부통제 책임을 상위 임원이 아닌 본부장 등 하위 임원에게 우선 배분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실질적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하위 임원에게 책임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내부통제 장치가 조직 전반에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상하위 임원의 업무가 일치하거나 상위 임원이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을 보유한 경우,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직접 배분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설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넷째, 주요 임원에 대한 책무 배분 누락에 유의해야 한다.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해당 책무와 관련된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감독하는 임원에게 적절히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회사에서는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상근 여부나 전결권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임원이 책무 관련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거나 감독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무를 책무구조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상의 권고사항을 고려하면, 책무구조도 운영 시 유의사항과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고, 각 임원이 자신의 소관 영역에서 책임 있는 판단과 조치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를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을 ‘총괄 책임’에서 벗어나 개별 임원의 직무 단위로 세분화하고 명문화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통제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시범운영에서 드러난 미비 사례들은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거나, 일관된 운영을 위한 실무 개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각자대표 간 책임 배분의 불명확성,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간 견제 기능 약화, 하위 임원에 집중된 중복·중층적 책임 배분, 주요 임원에 대한 책무 배분 누락 등은 제도의 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개정법률은 금융회사의 자율적이고 실효적인 내부통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규제 준수 부담도 수반한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금융회사의 규모나 유형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회사의 자산 규모와 유형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여, 자산규모가 작은 보험회사에는 책임지도 마련·제출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적용대상 임원 범위도 제한한다. 호주는 총자산이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책임성 지도 및 책임성 진술서 제출 의무와, 기재사항 중대 변경 시 통지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임직원 수 50인 미만 금융회사에 대해 고위관리자 책임성 제고 가이드라인은 적용하되, 임원 책임 및 경영구조 문서화와 같은 세부지침은 의무화하지 않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개정법률은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 규제를 적용하므로, 국내에서도 회사 규모 등에 따른 차등 규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책임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소규모 회사에는 규제의 비례성을 확보하고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일부 규제 완화를 검토할 만하다. 향후 완화 대상이 될 소규모 금융회사의 기준을 마련하고, 책무구조도 작성·제출 의무의 합리적 완화 등 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규제 준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권기원 필진 주요이력 지난해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이 2024년 7월 3일 시행됨에 따라, 금융회사는 각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적으로 구분한 책무구조도를 도입해야 하며,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그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제도의 안착을 위해 시범운영 과정에서 컨설팅을 제공하고, 제재 기준을 담은 운영지침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우선 금융지주·은행 18개사와 대형 금융투자회사·보험회사 53개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사전 컨설팅’을 실시했다. 지난 5월 27일에는 시범운영 현황과 함께 주요 미비점 및 권고사항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첫째, 각자대표 체제에서 책무 배분 기준의 정립이 필요하다. 각자대표 체제를 운영 중인 일부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회사(총 8개사)의 경우, 대표이사 간 책무 배분에 관한 법령상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무 혼선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이들 회사는 경영 효율성을 위해 관리대표(경영관리 및 일부 영업조직 담당)와 영업대표(영업조직 전담)로 역할을 분담하는 2인 각자대표 체제를 채택하지만, 책무구조도 작성 시 대표별 책임 배분 방식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실제로 어떤 회사는 각 대표의 소관 업무 범위에 따라 책무를 나누는 반면, 다른 회사는 책무의 성격에 따라 관리대표에게만 단독 부여하거나 모든 대표에게 공동 부여하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셋째, 중복된 책무 배분 구조로 인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있다. 상당수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회사에서 내부통제 책임을 상위 임원이 아닌 본부장 등 하위 임원에게 우선 배분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실질적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하위 임원에게 책임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내부통제 장치가 조직 전반에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상하위 임원의 업무가 일치하거나 상위 임원이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을 보유한 경우,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직접 배분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설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넷째, 주요 임원에 대한 책무 배분 누락에 유의해야 한다.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해당 책무와 관련된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감독하는 임원에게 적절히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회사에서는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상근 여부나 전결권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임원이 책무 관련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거나 감독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무를 책무구조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상의 권고사항을 고려하면, 책무구조도 운영 시 유의사항과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고, 각 임원이 자신의 소관 영역에서 책임 있는 판단과 조치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를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을 ‘총괄 책임’에서 벗어나 개별 임원의 직무 단위로 세분화하고 명문화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통제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시범운영에서 드러난 미비 사례들은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거나, 일관된 운영을 위한 실무 개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각자대표 간 책임 배분의 불명확성,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간 견제 기능 약화, 하위 임원에 집중된 중복·중층적 책임 배분, 주요 임원에 대한 책무 배분 누락 등은 제도의 정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개정법률은 금융회사의 자율적이고 실효적인 내부통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규제 준수 부담도 수반한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금융회사의 규모나 유형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회사의 자산 규모와 유형에 따라 규제를 달리하여, 자산규모가 작은 보험회사에는 책임지도 마련·제출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적용대상 임원 범위도 제한한다. 호주는 총자산이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책임성 지도 및 책임성 진술서 제출 의무와, 기재사항 중대 변경 시 통지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임직원 수 50인 미만 금융회사에 대해 고위관리자 책임성 제고 가이드라인은 적용하되, 임원 책임 및 경영구조 문서화와 같은 세부지침은 의무화하지 않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개정법률은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 규제를 적용하므로, 국내에서도 회사 규모 등에 따른 차등 규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책임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소규모 회사에는 규제의 비례성을 확보하고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일부 규제 완화를 검토할 만하다. 향후 완화 대상이 될 소규모 금융회사의 기준을 마련하고, 책무구조도 작성·제출 의무의 합리적 완화 등 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규제 준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지원실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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