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부담한 2분기 관세 비용이 16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7일부터 새로운 상호관세를 부과해 부담은 다소 낮아졌지만 피해가 갈수록 누적되는 만큼 하반기에는 손실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룰'로 불리는 새로운 무역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완성차 기업들의 생존 전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2분기 실적을 토대로 트럼프 관세 피해액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곳 기업의 추정 손실액이 118억 달러(약 16조4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도요타그룹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 줄었고, 이어 폭스바겐 15억1000만 달러(약 2조1000억원), 현대차그룹(기아 포함) 11억7000만 달러(약 1조6200억원), GM 11억 달러(약 1조5300억원), 포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혼다 8억5000만 달러(약 1조1810억원), BMW 6억8000만 달러(약 9500억원), 마쓰다 4억7000만 달러(약 6500억원), 닛산 4억7000만 달러(약 65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제외한 이들 상위 10개 자동차 제조사의 올해 순익은 전년 대비 약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WSJ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을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거나 미국 바깥에 있는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해 와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려워 실적 하락이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도요타는 내년 3월에 끝나는 올해 회계연도에 관세로 인한 피해액이 총 95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하고, 연간 순이익도 전년 대비 44%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기업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하반기 더 큰 손실이 추정되는 가운데 기업 각자의 생존 몸부림도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현대자동차와 GM은 중남미·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픽업트럭, 소형 승용, 소형 SUV 등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강점인 소형 SUV, GM의 강점인 픽업트럭 기술력을 서로 교류하는 방식이다. 공동 개발과정에서 GM은 중형 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과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맡는다. 개발된 차량 플랫폼을 공유해 각자의 브랜드를 다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양사는 2028년 공동 개발 차량이 완성되면 연간 80만대 이상을 추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에 14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지난 4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일본 외 지역에서 도요타가 직업 운영하는 첫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자 미국 내 11번째 제조시설로, 이 공장에서는 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이 생산된다. 또 100억 달러(약 13조9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켄터키주 조지타운 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폭스바겐도 멕시코 등에서 생산하던 아우디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아우디의 경우에는 그동안 미국 생산기지가 없어 멕시코와 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 등에서 조달해왔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아우디가 미국 남부 지역에 약 3000~4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대규모 조립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공장 건설 비용은 최대 40억 유로(약 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아우디의 작년 순이익 수준과 비슷하다. 공장이 완공되면 아우디가 2028년께에는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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