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SKT 처분 앞둔 개보위, '신중함'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SKT를 믿고 기다려준 고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4일 발표했다 사진은 SKT 본사에서 열린 ‘책임과 약속’ 기자 간담회에서 SKT 유영상 CEO가 사과하는 모습사진SKT
SK텔레콤은 지난 4월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SKT를 믿고 기다려준 고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지난달 4일 발표했다. SKT 본사에서 열린 ‘책임과 약속’ 기자 간담회에서 SKT 유영상 CEO가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SKT]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SK텔레콤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지 석 달이 지났다. 수개월간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갔던 합동조사단이 여러 과실을 밝혔고 SK텔레콤은 인정했다. 법적 논란이 예상됐던 해지 위약금 면제 조치도 SK텔레콤이 군말 없이 받아들이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남은 것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의 과징금 부과 문제 정도다.
지난 석 달간 일부 극성 유튜버들은 복제폰이 휭행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심정보가 아닌 다른 정보들도 유출됐을 것이라는 이름 모를 관계자들 발언이 보도되며 불안감을 높였다. 유심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들이 대리점마다 아침부터 긴 줄을 만들기도 했다. 타 이동통신사로 옮기겠다며 위약금을 면제해 달라는 고객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며 법무법인을 찾았다.
개보위도 국민들을 진정시키는 대신 불안감만 키워왔다. 고학수 위원장은 해킹 사고 직후 2주 만인 5월 8일 "SK텔레콤의 과징금이 2년 전 LG유플러스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1위 통신사 서버가 해킹된 것은 충격"이라고도 했다. 당시 고 위원장은 "현재 드러난 정황만 해도"라는 수식어를 꼭 붙였다.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는 두 달 지난 7월 4일 있었다. 조사도 채 끝나지 않은 시점부터 정황만으로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조사 결과 유출된 정보는 유심정보 25종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통화기록까지 유출된 것 같다는 추측성 보도는 오보였다. 악성코드가 유입된 주요 경로는 협력업체가 공급한 소프트웨어였다. SK텔레콤이 면밀히 점검하지 않았다는 과실은 있지만 협력업체도 책임이 있다. 다행이라면 석 달이 지난 현재 복제폰으로 인한 피해는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보위는 8월 중 제재안 의결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이 비교한 LG유플러스는 신고 시점부터 과징금 처분까지 약 6개월 걸렸다.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카카오는 1년 2개월이라는 조사·심의 기간이 소요됐다. 
예정대로라면 SK텔레콤은 신고 시점부터 4개월, 조사단 발표 1개월 만에 과징금을 심의·부과하게 된다. 졸속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기술적 논란도 여전하다. 유심정보를 법상 개인정보인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실제 유출돼 피해가 있었는지도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벌을 주는 이유는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기업에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다. 
고 위원장 임기는 8월 18일까지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해킹 피해에 대해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조속한 처분이 아닌 신중한 처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술적·법적 원인과 여파를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지금 개보위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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