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업체 전직 직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김성수 부장판사)는 23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협력사 부장 김모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받은 징역 7년보다는 다소 감형됐다. 함께 기소된 협력사 A사 직원 방모 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김씨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공정 기술을 취급한 뒤 퇴직한 인물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18나노 D램 증착 공정 등 7개 핵심 공정 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6년경 중국 신생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이직하며 관련 기술 자료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직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금품을 약속받았고, 국내 삼성전자 및 협력업체 기술 인력 20여 명을 빼내기 위해 세후 기준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별도로 방씨는 김씨와 공모해 A사의 반도체 장비 설계 기술자료를 CXMT 측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며 “피고인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기술을 유출해 피해 회사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도 악영향을 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을 주도한 책임이 가볍지 않고 피해 회복 가능성도 낮다”며 중형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형량을 일부 감형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범죄 전력이 없고, 국내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계 목적으로 중국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 기술 유출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국가정보원이 관련 첩보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약 1년간의 수사를 거쳐 김씨와 방씨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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