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대중 유화 제스처를 취하며 양국간 관계 개선 분위기가 나타나는 가운데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APEC 정상회의가 두 사람이 올해 직접 만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 전에 별도로 중국에서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2017년 베이징 방문과 차별화를 위해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나 여타 도시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시 주석은 지난달 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중국 방문을 초청하기도 했다.
SCMP는 이달 초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간의 첫 대면 회담은 양국간 정상회담으로 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엔비디아 H20 대중 수출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양국간 관계 개선 측면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20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중국을 '달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미국 경제계 인사들로 대표단을 구성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천치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양측 모두 정상회담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SCMP는 "특히 시 주석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만남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에 더 큰 안정성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댜오다밍 베이징 인민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는 SCMP에 "유리한 조건과 적절한 분위기 속에서 두 정상 간의 어떤 형태의 상호 작용도 미중 관계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서는 관세를 비롯해 펜타닐, 반도체, 희토류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쑨청하오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은 "펜타닐과 관세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데 양국 정상간 대면 회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중 관계의 특정 분야에서 비교적 빠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독일마셜펀드 디렉터는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술 통제를 완화하고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고, 미국이 평화로운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도 내다봤다.
다만 대만 문제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파의 움직임 등은 정상회담 성사에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내달 중남미 순방 과정에서 미국을 경유할 예정이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도발 행위라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16일 "어떠한 형태의 미국과 대만간 공식 교류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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