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한숨 돌리니 더 거세진 품목관세 압박…韓 주력 수출품목 어쩌나

  • 美, 반도체·의약품 관세 이르면 이달 말 결정…구리는 50% 부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상호관세 포성이 잦아들면서 한숨 돌린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찾아왔다. 품목관세 추가를 예고하면서 관세 전선이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내 주력 품목인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까지 표적으로 삼아 관세전에 나서면 수출이 더욱 크게 휘청일 가능성이 크다.

◆美, 추가 품목관세 예고…구리 관세, 車까지 '연쇄 충격' 우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와 몇몇 다른 것들(에 대한 관세)을 발표할 것이다. 큰 것들"이라고 말했다. 구리에 대한 품목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해당 품목별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 등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관세전쟁 전선을 품목관세로 넓히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은 '관세 서한'을 보낸 지 단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자동차 부품(25%), 철강·알루미늄(50%) 등에 대한 품목관세를 부과 중이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철강 파생상품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구리에 50%, 의약품에 200%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관세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구리 관세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부과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의 대미 구리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만큼 여파가 적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대미 구리 수출 규모는 5억7000만 달러로 철강(43억5000만 달러), 알루미늄(10억600만 달러)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다.

문제는 구리가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동박의 주원료라는 점이다. 미국이 철강 파생 상품인 가전제품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한 만큼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수출된 국내 전기차 중 44.8%는 미국으로 수출됐다. 지금도 자동차 관세 25%를 부과받고 있는 만큼 관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현지에서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에도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주요 동박 수출기업들의 미국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고 그 여파로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 전체에 연쇄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대 수출 품목 반도체도 '흔들'…"협상 속도 내야"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732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1.4%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이 1년 전보다 1.7% 들어든 363억6000만 달러에 그쳤지만 반도체 수출이 7개 분기 연속 플러스 흐름을 지속하면서 전체 수출도 보합(-0.03%)에 머물렀다.

자동차 수출이 흔들리는 사이 그나마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며 전체 수출을 지탱하고 있지만 반도체 역시 휘청일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한 관세 부과를 예고해 온 만큼 관세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해 산업을 보강하는 정책인 만큼 한미 간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허 교수는 "국내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 원자재, IT 부품 등 수입을 확대하고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미국 내 부품·장비 등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한·미 간 반도체 산업 공급망 구축, 기술 교류, 상호 수입 확대 촉진 방안 등을 마련해 반도체 관세율을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정부가 무모하게 품목관세율을 0%로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서로 '윈윈'하는 차원에서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20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가 예고된 의약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큰 수준은 아니지만 개별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지난해 의약품 수출은 자동차나 철강 등에 비해서는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미국 시장 규모가 크거나 사실상 전부인 기업들도 있는 만큼 기업별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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