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남북의 철길, 대륙으로 뻗어가길 고대(苦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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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20-11-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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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 [사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제공]


무역회사에 다니는 박 과장은 출근하자마자 중국으로부터 호출이 왔다. 오후에 바이어가 중국 선양(瀋陽)에서 수출 샘플을 보면서 회의하자고 한다. 급히 샘플과 여권을 챙기고 서울역으로 갔다. 회사가 광화문에 있어 서울역은 아주 가깝다. 서울~신의주 고속철도는 평양, 신의주, 단둥을 거쳐 선양까지 3시간 소요된다. 고속철도를 타고 가면서 눈부시게 발전하는 북한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현재,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못했고, 인도주의적 남북협력사업도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출발해서 신의주를 거쳐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도 이야기는 꿈과 같은 허구일지도 모르겠다.

한반도철도와 대륙철도를 연결하는 구상은 꽤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10·4 선언에서 남과 북은 ‘개성~신의주 철도’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경의선 철도를 이용하여 남북 응원단이 참가하기로 했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고 현대화하기로 합의했다. 그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동해선과 서해선 철도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이 공동으로 유치키로 했다.

2018년 12월에 남과 북의 철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경의선과 동해선의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이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에 반입될 수 없었던 철도 기관차, 유류, 콘크리트 강도 측정기, 초음파 탐사기 등 실태조사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물품이 미국 등의 양해를 얻어 북한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북한 철도사업에 대해서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같은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2013년 12월에 개성~평양~신의주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에 합의한바 있다. 러시아는 2013년 9월에 나진과 하산을 연결하는 54㎞의 철도 보수공사를 완료하고, 나진~하산~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복합 물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한반도의 대결적 국면이 해소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 정작 남북연결 철도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때,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남북연결 철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결과는 확신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서울~신의주 고속철도와 같은 대규모 건설사업은 ‘사업 구상 → 예비타당성조사 → 타당성조사 → 기본설계 → 실시설계 → 보상 → 공사’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사업 구상부터 실시설계까지 사업의 규모와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2년 이상이 기간이 소요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있는 현재 서울~신의주 고속철도 건설사업, 제진~원산~나진 철도사업과 같은 실제적인 남북 연결 철도공사를 추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조사사업의 성격이 큰 타당성조사와 설계는 대북제재가 있는 현 시점에서도 실효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건설공사를 시작하려면 타당성조사와 설계는 선행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다.

남북 연결 철도사업과 같은 인프라 건설사업의 경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단계로 경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경제 사업을 사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 연결 철도사업 추진 시 자칫 대북 퍼주기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어느 일방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사업은 사업 당사자의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여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런 차원에서 민간의 실리적 시각에서 남북 연결 철도사업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우리의 철도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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