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칼럼] 2020년, 새로운 2020년대의 시작점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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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입력 2020-0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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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새해가 밝았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다. 2020년은 21세기의 세 번째 10년인 2020년대를 여는 첫해다. 그래서일까. 2020년은 정말 새로운 해로 다가온다. 막 지나간 2010년대라는‘디케이드(decade)’에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무엇이 우리를 웃고 울게 했을까. 2010년대에 대한 분석과 성찰은 2020년대를 살아내야 할 사람들에게 남겨진 과제일 터이다.

2010년대는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차원에서 침체기로 불린다. 사회학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대한 후퇴’가 진행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줄곧 전진하던 세계 질서를 뒷걸음치게 한 원인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위기가 초래했다. 세계화는 국가 간 교류의 확대라는 국제화를 넘어 국가 관계의 질적 변형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 세계화를 지탱해 온 두 축은 정보혁명과 신자유주의였다. 정보혁명은 세계 어디서나 언제라도 투자를 가능케 해 금융자본이 세계경제를 이끌게 했고, 신자유주의는 자유화·탈규제·민영화를 내세워 미국식 자본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굳혔다. 이 도도하던 흐름에 급제동을 건 것이 2008년 금융위기였고, 이후 몰아친 대침체는 결국 30년 넘게 표준으로 군림하던 신자유주의를 망가뜨렸다.

정치적 측면에서 2010년대의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포퓰리즘의 부상이 꼽힌다. 포퓰리즘은 기존 대의정치의 한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계급과 이념의 전통적 균열을 대신하여 ‘엘리트 대 국민’의 새로운 대립을 내세우며, 정치적 다원주의를 부정하고 지지자만을 국민으로 칭했다. 정치와 시민사회 영역을 뒤흔들고 있는 포퓰리즘을 키우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열린 이후 강화되고 구조화된 불평등이다. 여기다 세계화 물결과 정보사회의 진전이 포퓰리즘에 날개를 달아주는 요인이 되었다.

결국 불평등·세계화·정보사회가 가져온 전환기의 불확실성은 문제 해결에 무능한 기성 정치권에 실망과 거부를 나타냈고, 이 깨진 공간에 포퓰리즘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사회 불평등을 키우고 사회통합과 민주주의의 약화를 가져온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두 위기가 포퓰리즘 시대도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2020년대에도 정치권에 대한 무능과 불신, 불평등과 소득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포퓰리즘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포퓰리즘의 강화는 공론장에서 ‘탈진실(post-truth) 시대’를 열었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꼽은 탈진실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환경이다. 그로부터 3년여 지난 지금은 딥페이크마저 활개를 치고 있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는 여론을 조작하고 사회혼란을 부추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과 미국에는 눈앞에 다가온 위협일 수밖에 없다.

거대한 후퇴의 10년은 새로운 혁신의 10년이 될 수 있을까. 2020년대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기술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제2의 기계시대’의 도래로 이해했다. 산업혁명이 인류의 육체적 능력을 높인 제1의 기계시대를 낳았다면, 디지털기술은 정신적 능력을 신장한 제2의 기계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2의 기계시대는 ‘머신·플랫폼·크라우드(대중)’가 이끌고 있는데, 이를 트리플혁명이라고 이름붙였다.

2020년대에는 이 트리플 혁명의 위력이 훨씬 커질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알파고를 넘어 산업과 생활 곳곳을 바꿀 것이다. 기존 플랫폼기업이 공룡화되는 동시에 새로운 플랫폼을 둘러싼 쟁탈이 치열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를 능가하는 집단지성의 힘은 새로운 크라우드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특히 AI 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 과제인 범용 AI 알고리즘 개발이 눈길을 끈다. 범용 AI는 이미 인간을 쓰러뜨린 바둑이나 게임 같은 특정 능력의 고도화를 넘어 인간처럼 다양한 작업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미 그렇지만 2020년대에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가 더욱 핵심어가 될 것이다.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자본이 노동보다 더욱 가치를 부여받으며 일부 뛰어난 사람이 모든 것을 독점할 위험도 적지 않다. 기술변화는 그 자체가 격심할뿐더러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좋기만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정한 AI 시대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AI의 독주가 아니라, AI와 인간지능(HI, human intelligence)의 공진화(coevolution)의 의미라고 믿는다. 기술이 가져올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세상 가운데 원하는 결과는 결국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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