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핀테크 허브' 동남아, 디지털금융 각축장으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기람 기자
입력 2019-11-14 14:3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2025년까지 최소 3~6배 성장 가능성

  • 금융 인프라 부족이 호재용…핀테크 기업들 잇단 진출

동남아시아에 '핀테크(금융+기술)' 열풍이 불고 있다. 동남아의 디지털 금융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최대 70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굴지의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격전지'인 동남아로 모여들고 있다. 아직 동남아 지역에서의 패권이 가려지지 않은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동남아 디지털금융, 5년 내 최소 3배·최대 6배 성장할듯

현재 동남아 전역에서 대출에서 자산운용에 이르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2025년까지 연간 최소 380억 달러(약 44조40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9년의 110억 달러를 3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다.

블룸버그가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 구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홀딩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게다가 동남아 디지털 금융시장은 최대 600억 달러(약 70조원)까지 더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도 보고서는 전망했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기업들이 규제 감독 아래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샌드박스(규제 유예제도)' 등 시스템을 도입했다. 두 국가 모두 모바일 결제에 표준화된 QR 코드를 설정했다.

이 지역의 간편결제 시장 가치는 2025년 1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가 핀테크 산업을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동남아 디지털 금융 서비스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적 환경에 따라 동남아 각국은 '핀테크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런던, 뉴욕, 홍콩과 더불어 '글로벌 핀테크 허브'로 주목받는 싱가포르 핀테크 시장이 정부의 지원으로 최근 날개가 돋친 듯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내에서 가장 큰 핀테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계 컨설팅업체 지엔(Z/Yen)그룹과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26호'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뉴욕, 런던, 홍콩에 이어 762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는 각각 5위와 6위로 그 뒤를 이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올해 1~9월간 싱가포르의 핀테크 기업에 7억35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내년 초 사이버보안과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새로운 자금 지원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보고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디지털 금융 서비스 수익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국가의 핀테크 시장은 이미 1000억 달러의 규모로, 동남아 디지털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 인프라 부족이 호재로 작용…핀테크 기업들, 하나둘 진출 

동남아 각국 정부는 블록체인 신생 기업에서부터 디지털 뱅킹에 이르는 모든 핀테크 분야를 장려하기 위해 투자자 친화적인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덕분에 인구만 6억6500만명에 달하는 동남아의 온라인 금융시장은 빠르게 온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동남아에서는 오히려 낙후된 금융 인프라 덕에 디지털 금융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금융회사 영업점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융이 인기를 끄는 셈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할 경우, 현지 은행들이 그동안 포기한 잠재고객 중 70% 이상이 보험 등 금융 상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같은 특수한 환경적 요인으로 향후 동남아의 온라인 대출이 대출 총액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동남아 지역의 간편결제 시장 가치는 올해 약 6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전통 금융기관인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협력이 필수다. 싱가포르 은행 DBS나 UOB(United Overseas Bank)와 같은 대출 기관이 각각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Grab)'이나 '고젝(GOJEK)'과 같은 핀테크 기업과 한 팀을 이루게 된다는 말이다. 

태국의 카시콘은행(Kasikornbank)은 이미 동남아의 가장 큰 전자 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쇼피(Shopee)와 제휴해 디지털 대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테마섹 투자그룹의 공동책임자인 로히트 시파히말라니는 "전통적인 은행은 자본 접근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중요한 역할을 도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파히말라니는 "핀테크 회사가 대차대조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제휴를 맺어야 한다"며 "또 은행은 저소득층 인구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핀테크 회사와 제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회사와 은행 간 이해관계가 그만큼 서로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동남아의 디지털 금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 세계 핀테크 관련 기업들은 호시탐탐 아직 비어있는 왕좌를 노리는 모양새다. 

동남아 핀테크 대표 주자로 꼽히는 그랩과 고젝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디지털 금융 시장을 활성화시켰으며, 세계 최대 차량호출서비스 기업 우버(Uber)도 전자지갑과 직불·신용카드 분야를 담당하는 금융 서비스 조직인 '우버머니'를 출시한다.

우버는 그동안 동남아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성공적으로 개발해온 다른 핀테크 기업들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 역시 싱가포르에서 모바일결제서비스인 위챗페이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동남아 시장 진출을 알렸다. 

동남아에서 베인앤컴퍼니의 디지털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아다르시 바이잘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위챗페이 결제가 늘어나면서 다른 경쟁 서비스 업체들도 꽤 빠르게 뒤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잘은 "(동남아의) 대출과 보험과 같은 금융 시스템 부문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서 "동남아가 혁신의 중심지가 된다는 고무적인 징후가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디지털 금융 산업은 지난 4년간 3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젊은 층은 인터넷 뱅킹, 게임, 항공권 구입 등을 휴대폰으로 결제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차량호출, 온라인 미디어, 온라인 여행 등이 시장 성장세를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