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쇄신] "국내 핀테크 10점 만점에 5점… 기술이해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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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강지수 기자
입력 2019-08-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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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테크업계 선도 ㈜씽크풀 김동진 대표 인터뷰

  • 주식투자 관련 로봇 일관 생산체제 '라씨' 각광

  • "국내 기관협의 要… 곧 선행데이터 활용시대"

5일 아주경제 데일리동방과 만난 김동진 ㈜씽크풀 대표가 핀테크 분야와 관련된 수많은 특허증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지수 기자]

[데일리동방] 핀테크(fintech)란 용어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금융권 최대 이슈이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공통된 경영비전이다. 핀테크는 이름 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전자간편결제, 주식분석,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의 서비스를 통칭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핀테크 활용 여부가 금융회사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핀테크 시장의 개척자로 주식투자와 관련한 로봇 일관생산체제인 '라씨' 개발·상용에 성공한 김동진(58) 씽크풀 대표도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

국내 핀테크 부문 최고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우리나라 핀테크는 많이 늦었다. 이웃 일본은 우리 보다 많이 앞선다. 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높일 때"라고 조언했다.

◆ 핀테크 유관기관 조율 난관…"협의체 필요"

5일 만난 김동진 대표는 먼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우려하며, 양국의 핀테크 발달 수준을 진단했다. 일본 금융은 과거 '갈라파고스'에 비유됐지만 혁신금융을 선도한 결과 우리나라에 비해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전제가 깔렸다.

인터넷은행도 우리나라 보다 월등히 많고, 활용도가 높다. 또 일본 정부계좌에 대한 개방 역시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핀테크 발달 수준에 대해 김동진 대표는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기업, 금융회사, 소비자 등 금융주체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선결과제로 김동진 대표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나 약한 현실"이라고 일축했다. '미래는 곧 기술에 대한 이해'라고도 부연했다.

일정한 형태의 금융시스템이 고착화된 우리나라 구조상 혁신다운 혁신이 어렵다는 걸로 풀이됐다. 무엇보다 핀테크와 혁신금융이 '세계금융의 대세'라고 방점을 찍은 김동진 대표는 기존 산업의 보호 명목으로 핀테크를 규제할 경우 해외에 장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알리페이 같은 해외핀테크를 주로 사용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과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답을 하는데 우린 당국, 기관 모두 기술 관련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인데, 금융권에선 늘 지켜져 온 구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 등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지키려는 방어막이 일찌감치 만들어져 핀테크와 관련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기관끼리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결국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형식적 만남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최근들어 '샌드박스'라고 지칭하며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는 모습에 대해 "규제혁신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정부 차원의 노력하는 게 보이지만 실제 핀테크 관련 이해집단 간 조율, 다시말해 합의가 어렵다"고 밝혔다. 

당국, 민간, 금융기관, 스타트업 등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할 수 있는 체제나 협의체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김동진 대표의 견해다. 그는 "명칭만 협의회, 위원회 등에 그치지 말고 관련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해 내는 문화, 또 그런 기술을 만드는 게 우리가 직면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보안이슈 핵심은 '오프라인'…"선행데이터 시대"

김동진 대표는 핀테크 산업의 또 다른 이슈로 '보안'을 지목했다. 돈이 오고 가는 환경이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범죄가 생기기 마련인데 오프라인의 범죄가 온라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보안과 관련된 비즈니스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례로 로그인 도용방지서비스는 80여만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보안프로그램이다. 위치 기반의 부정 로그인 또는 해킹을 방지하는 것이다.

김동진 대표는 "휴대폰 위치가 그 사람의 위치라고 보는 원리"라며 "휴대폰을 갖고 있는 위치에서 온라인상 접속하면 그게 곧 본인이라고 보고, 휴대폰이 없는 곳에서 접속할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이 로그인 한 걸로 간주해 자동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외부 해킹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이 시각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금융시스템을 내부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진 대표는 "통상 고객들은 예금을 많이 하고 현금은 적게 갖고 있는데, 은행에서 '0'을 하나 더 붙이든 어떻게 해도 모르는 것"이라며 "따라서 생체인증과 같은 오프라인 정보들에 의해 온라인이 융합되는 보안솔루션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이유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어떤 형태로든 커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진 대표는 개인적으로 30년 이상 주식 매매를 해 오면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주식은 과학적 접근이 가능하고, 그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데이터 뿐"이라는 생각이다. 4가지 체제로 구성된 '라씨'를 개발한 배경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선 불가능한 투자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 거다.

그는 "라씨의 R1은 데이터를 가져와 속도를 내는 로봇기자이고, R2는 종목을 분석해 같은 주식에서 의미있는 내용으로 바꾼다"며 "로봇어드바이저 R3는 좋은 주식을 찾아 투자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짜고, R4는 인간 대신 시장상황을 인식해 대신 매매하는 지능형 로봇"이라고 말했다.

'라씨'가 하루 동안 생산하는 뉴스콘텐츠는 1500개에 달한다. 그러나 김동진 대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핀테크 산업 대부분이 이미 발생한 '후행' 데이터나 '동행' 데이터에만 기반하고 있어서다.

그는 '선행' 데이터의 시대가 곧 올 거라 확신했다. 기업의 순이익 등 이미 공시된 실적을 갖고 정보를 생성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빅데이터로 선행지표들을 만들고 이를 여러 기법으로 분석해 고도화시킬 때가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김동진 대표는 "유가가 움직이면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준다, 건설중장비업체들은 어떤 영향을 받는다, 해운사 수익에는 또 얼만큼 영향을 끼친다 등 선행지표를 활용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년 후면 그렇게 발전할 것으로 본다"며 "씽크풀도 이처럼 선행지표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데이터베이스화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진 씽크풀 대표는?
=1961년 3월 13일 경북 청도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동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6~1993년 한국은행 조사부·여신관리국·감독기획국 근무
=1994년 케이티피 창업
=1999년~현재 씽크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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