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본토와 홍콩 지역에서 유명한 물만두 브랜드가 하나 있다. 완짜이마터우(灣仔碼頭), 홍콩말로 완차이 부두란 뜻이다. 홍콩 관광객들 사이에서 홍콩섬에서 주룽 반도 방향으로 건너갈 때 카페리를 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완짜이마터우도 1970년대 홍콩 완차이 부두에서 처음 리어카에서 물만두를 팔던 노점상에서 시작해 오늘날 중국 국민 냉동만두 브랜드로 성장했다. 완짜이마터우 창업주인 짱젠허(臧健和)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물만두 여왕’으로 통한다.
올해 노동절 연휴 중국 극장가는 한산했지만, 짱젠허 완짜이마터우 창업주의 자수성가 스토리를 그린 영화 ‘물만두 여왕(水餃皇後, 영문명 The Dumpling Queen)’만큼은 7억 위안 박스오피스 기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영화는 홍콩 완차이 부두에서 무일푼으로 물만두 장사를 시작한 짱젠허(마리 분)라는 여성 기업가의 눈물 겨운 성공기를 그렸다.
중국 산둥성 출신의 간호사였던 짱젠허는 태국계 화교 사업가인 남편과 재회해 태국에 건너가려고 홍콩에 왔다가, 남편이 태국에 딴 살림을 차린 사실을 알고는 이별을 고한다.
그렇게 어린 두 딸과 함께 낮선 홍콩 땅에 남겨진 그는 생계를 잇기 위해 완차이 부두에 리어카를 끌고 가서 산둥 물만두를 팔기 시작한다.
처음엔 파리만 날리던 물만두 장사도 점차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리고, 짱젠허는 홍콩식 식습관에 맞춰 만두 기술도 끊임없이 개발한다. 일본계 백화점에 납품까지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완짜이마터우 물만두는 나중엔 미국 식품업체 투자를 받아 중국 본토 곳곳에 공장을 세우고 해외로도 수출해 성공한다.
영화는 짱젠허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과정보다는 낯선 홍콩에 정착하는 이민자 출신의 짱젠허라는 여성의 인생에 더 초점을 맞췄다. 짱젠허가 두꺼운 만두피에 기름진 고기 소를 넣은 산둥식 물만두를 빚다가 점차 홍콩인 입맛에 맞게 만두피를 얇게 만들고 기름기를 뺀 담백한 홍콩식 물만두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마치 홍콩 사회에 점차 융화되는 산둥성 출신 이민자 짱젠허와 두 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영화 속 주인공 짱젠허 역은 중국 최고의 코믹 여배우 마리가 맡아 열연했다. 마리는 기존의 코믹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내고 악착같이 삶을 살아가는 두 딸의 어머니이자 자수성가 기업인인 짱젠허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홍콩의 역사적 사건을 활용해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홍콩인의 삶의 현장도 생동감있게 재현했다.
중국 본토 출신 이민자들이 홍콩 시내에 도착해야만 시민권을 내주는 터치베이스(抵垒) 정책의 시행으로 홍콩 섬에 정착하고, 홍콩섬 내부를 연결하는 지하철 개통에 따른 상권 발달로 물만두 장사가 번창하고, 홍콩의 주권 반환을 앞두고 캐나다로 이민 준비를 하고, 중국 본토 경제의 고속 성장으로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해외 진출까지 하는 짱젠허의 삶은 홍콩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짱젠허가 정착한 홍콩의 성냥갑 같은 좁은 임대주택에는 외국인 대상으로 몸을 파는 매춘부, 재단사, 탕수이(糖水, 홍콩식 디저트) 노점상, 집안의 반대로 여자친구와 홍콩으로 야반도주한 상하이 부잣집 출신 도련님까지 홍콩인과 이민자가 함께 모여 살며 서로 상부상조하는 홍콩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겠다.
70~80년대 홍콩을 재현하기 위해 집어 넣은 시각 청각적 요소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홍콩 무협영화 전성기를 이끈 추위안 감독의 1977년작 '다정검객무정검(多情劍客無情劍)’ 영화 포스터, 건물 위 세워진 일본 전자제품 회사 ‘샤프(SHARP)’의 붉은색 네온사인 간판부터 뤄원(羅文)의 <가변(家變)>, 홍콩 밴드 비욘드의 <광휘세월(光輝歲月)>, 쉬관제(許冠傑)의 <반근팔량(半斤八兩)> 등 영화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그 시절 유행했던 광둥어 노래까지 1970~80년대 홍콩 감성에 밀도를 더한다.
영화에는 중국인의 ‘만두 문화’도 곳곳에 담아냈다. 환송할 때는 만두를 먹고, 환영할 때는 국수를 먹는 이른 바 '上車餃子 下車面'이라는 중국인의 풍습이나, 만두를 만들 때 만두 속에 동전을 넣어 이것을 먹는 사람은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 중국인의 미신 등은 영화 속 볼거리 중 하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