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선배' 못지않은 다우키움 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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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5-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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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키움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로 '재벌 선배' 못지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계를 5조원 이상으로 늘린 다우키움그룹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넣어 규제하기 시작했다.

◆키움증권 일감 덕분에 사는 계열사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정보기술(IT)업체인 계열사 다우기술에 전산시스템 운용을 맡기면서 128억원을 줬다. 이는 같은 기간 다우기술이 올린 매출 520억원 가운데 약 25%에 해당됐다.

키움증권이 쓰는 전산비용은 비슷한 덩치(자본총계 2조원대 초반)를 가진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많다. 대신증권은 1분기 전산운용비로 54억원을 썼다. 계열사를 보면 키움증권과 달리 IT업체가 없다.

키움증권은 해마다 다우기술에 일감을 맡기고 있다. 2018년에는 다우기술에 672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다우기술 매출 1923억원 가운데 약 35%를 차지했다. 대신증권이 이 기간 전산운용비로 쓴 돈은 289억원밖에 안 됐다.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에 들어가면 꾸준히 기업집단 현황이나 내부거래 내역을 밝혀야 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막으려는 목적이 크다.

다우키움그룹 출자구조를 보면 '김익래 회장(지분율 약 41%)→다우데이타(41%)→다우기술(48%)→키움증권'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익래 회장 맏아들인 동준씨는 다우데이타 2대주주인 이머니 지배주주이기도 하다. 이머니는 주식매매자금대출(스톡론)로 돈을 벌고 있다. 2018년에만 키움증권으로부터 수수료를 17억원을 받았다. 나머지 계열사에서 받은 수수료까지 합치면 26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매출 149억원 가운데 약 17%에 해당됐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가진 비상장사는 매출 가운데 12%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김익래 회장과 동준씨는 2014년 말 기준 이머니 주식을 각각 약 12%와 27% 가지고 있다. 회사는 이듬해 감사보고서부터 대주주 지분율을 비공개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에 나온 내부거래액은 사무실 임대료나 배당이 포함돼 실질적인 매출보다 부풀려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른 재벌 증권사도 IT 계열사 챙겨

증권사가 IT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선배 재벌'도 많다. 삼성증권(삼성SDS)과 한화투자증권(한화시스템), 현대차증권(현대오토에버), DB금융투자(DB), 흥국증권(티시스), 교보증권(교보정보통신)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공정위는 이런 이유로 재벌 IT업체를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이런 회사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2018년 삼성증권·삼성SDS 내부거래를 공정위에 보고했다. 삼성증권은 그해까지 5년 동안 전산시스템 위탁계약 가운데 70% 이상을 삼성SDS와 맺었다. 수의계약 비중도 90%를 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지금까지 성장하는 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크게 기여했다"며 "다우기술이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IT업체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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