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조어] 복고와 새로움의 만남 '뉴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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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9-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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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몇 해 전 tvN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시리즈는 지난 시절 우리들의 모습과 함께 과거 집안에 하나씩은 지니고 있던 옛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자극했다. '복고(復古·옛것으로 돌아간다)' 열풍을 일으킨 것.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팬덤을 리얼하게 그려낸 '응답하라 1997'과 하숙집·삐삐·록카페 등의 문화를 표현한 '응답하라 1994'는 30~40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1980년대를 그려낸 '응답하라 1987'은 40대를 넘어선 50~60대의 옛 기억까지 끄집어냈다.

옛 추억을 지니고 있는 30대 이상에게 불어온 복고 열풍이 최근에는 10~20대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이처럼 젊은 세대가 복고에 열광하는 소비 트렌드를 '뉴트로'라고 한다. '뉴트로(New-tro)'란 새롭다는 뜻을 가진 영단어 '뉴(NEW)'와 복고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다.

중장년층이 옛것에 대한 추억으로 복고 상품을 구매한다면, 뉴트로 문화를 이끄는 1020세대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름과 신기함으로 상품을 구매한다.

레트로를 선호하는 중장년층에 젊은 세대까지 복고 상품에 가세하자 기업들도 뉴트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1990년대 학창 시절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냈던 '에어맥스' 시리즈를 다시 출시해 3040세대뿐 아니라 1020세대의 마음을 흔들었고, 게임업체 닌텐도는 30년 전 출시했던 게임기 슈퍼패미컴 복각판(원형을 모방해 다시 판각한 것)인 '슈퍼패미컴 미니'를 출시해 젊은 세대의 소비욕구를 자극했다. 최근 출시된 다양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도 과거 라디오 디자인을 차용한 제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식음료 업계는 예전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식당은 과거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담아주던 초록색 플라스틱 그릇이나 양은 도시락에 음식을 담아내는 등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편리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현대인에게 복고 제품은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추억을 선사하기 때문에 더욱 열광하게 된다. 낡고 약간의 번거로움은 필수지만 불편함을 극복하면서 느끼는 희열감은 많은 사람들을 복고의 매력 속으로 끌어당긴다. 마치 디지털카메라보다 특별한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필름카메라가 인기를 끄는 것과 같다. 뉴트로를 통해 감성적인 힐링을 얻으려는 사람이 있는 한 시간은 결코 휘황찬란한 미래로만 흐르지 않을 것이다. 뉴트로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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