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관세 강행에 당사국들 일제히 '보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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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6-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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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행정부, EU·캐나다·멕시코산 철강에 25%·알루미늄에 10% 관세 부과

  • 당사국들 일제히 "보복 관세" 맞대응

[사진=AP/연합]


전 세계에 미국발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우방에도 철강 관세를 강행하자 당사국들이 즉각 보복을 선언하면서 동맹 간 무역갈등도 급격히 고조되는 양상이다.

CNN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EU, 캐나다, 멕시코는 31일(이하 현지시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앞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6월 1일부터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데 따른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철강 관세의 배경으로 안보상의 이유를 꼽지만, 유예 기간 동안 미국의 무역적자를 감축할 수는 있는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자 관세 부과를 강행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31일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는 1% 떨어졌고 유럽 주요 증시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로스 장관은 여전히 관세 부과를 두고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우리는 당사국들과 계속해서 논의를 할 의향이 있으며 실제로 무척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국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일제히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불법”라고 항의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단호하고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1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EU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산 수입품 75억 달러어치에 대한 보복 관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결정은 보호무역주의다. 선명하고 간단하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고 수많은 미국산 제품에 신규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U는 이르면 20일부터 미국산 오토바이, 청바지, 담배, 크랜베리 주스, 피넛버터 등에 최고 25% 관세를 매겨 보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미국의 관세 부과는 미국과 캐나다 간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철강과 알루미늄에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128억 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릴랜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보복은 전후로 캐나다가 실시한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정부 역시 미국의 철강 관세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미국산 양고기, 돼지고기, 과일, 치즈, 강철판 등 수입품에 대해 미국 관세에 동일한 수준으로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다. 작년 한 해 약 480억 달러어치 철강이 미국으로 들어갔다. 캐나다, 멕시코, EU의 대미 수출량은 230억 달러로 미국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만약 미국의 철강 수입이 제한될 경우 미국의 문턱을 넘지 못한 남는 물량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곳을 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철강 가격이 하방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도 경제적 파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 장관은 철강 관세의 여파가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철강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 압박을 높이고, 제조업 등 특정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회사 트레이드 파트너십 월드와이드는 이번 조치로 미국에서 최대 47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HS 마킷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미국에서 철강 가격이 약 10%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 의원들도 관세 부과를 두고 비판에 가세했다. WSJ에 따르면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무역소위원회 위원장은 31일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나와 이번 관세가 지역 사업체에 야기할 무분별한 해악에 관해 대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 역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미국인에 세금 인상 효과를 가져와 결국 소비자, 제조업체,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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