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바둑판 같은 그림 배열,혹시 미니멀리즘?" 로니혼 개인전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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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5-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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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멤버드 워즈(Remembered Words) 5월25일부터 6월30일까지

B4용지 정도 크기의 드로잉 작품 9개가 바둑판처럼 나열돼있다. 하얀색 도화지 위에 매니큐어를 칠하듯 색들이 줄 맞춰 배열돼있고, 그 아래에는 뜻 모를 단어들이 적혀 있다.

대상의 본질만을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한 미니멀리즘 작품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단순한 형태의 반복 때문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도 생각했지만, 작가는 단순히 드로잉(drawing)이란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로니 혼 작가의 '리멤버드 워즈' 전]


미국 출신의 현대미술가 로니 혼(Roni Horn·63)의 개인전 '리멤버드 워즈'(Remembered Words)'가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K3 전시장에서 열린다.

로니 혼은 지금까지 조각을 비롯해 사진,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이례적으로 드로잉만 선보였다.

그는 "드로잉은 나 스스로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드로잉을 시도하는 이유도 작가로서의 삶에 있어 필수적인, 심리적 지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며 "특히 'Remembered Words'는 자서전적 풍경화라 할 수 있다. 이 작업을 할 때는 거의 명상할 때와 같은 상태에서 기억 속 단어를 떠올리기 때문이다"고 소개했다.

[국제갤러리에 걸린 로니 혼 작가의 'Remembered Words-Meat Puppet']


전시 작품은 총 15점이고 개별작품은 3X3 격자로 배열된 아홉 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즉 9개의 작은 드로잉이 모여서 1개의 작품을 구성한다.

모두 같은 크기의 드로잉은 수채 물감으로 그린 원들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의 원은 격자 패턴을 이루며 바로 아래 쓰인 단어들과 함께 나열되거나 율동감 있게 여기저기 흩어지고 겹쳐진다.

원 모양의 그림 밑에 쓰인 단어는 작가가 무의식 속에 잠재된, 생각나는 데로 적는 것이다.
단어들의 조합이 특정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의 이름을 적기도 하고, 영화 제목을 적기도 한다.
어떨 때는 음성적으로 비슷한 단어들이 쭉 나열되기도 한다.

작품의 제목도 의식의 흐름을 따른다. 가장 먼저 적은 단어가 이 작품의 제목이 되고도 한다.

[국제갤러리에 걸린 로니 혼 작가의 'Remembered Words-Meat Fat']


드로잉은 보는 사람을 의식해야 하는 조각과 달리 혼자서 사색하면서 할 수 있는 장르라서 더 개인적이고 고독한 작업이다.

주현서 홍보담당자는 "로니 혼의 집에 작은방(10㎡)이 있다. 불면증이 있는 작가는 잠이 안 오면 그 방안에서 작은 테이블을 놓고 거기 홀로 앉아 원을 그리면서 단어를 적곤 했다" 며 "지금 전시 작품들이 혼자서 작업하기에 적절한 크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니 혼의 이번 연작은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1874~1946)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인은 무의식에서 나오는 흐름대로 글을 나열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그런 작업에서 단어의 우연적인 요소와 예상하지 못하는 배열들이 만들어진다.

로니 혼은 실제로 녹음실에서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는 것을 녹음한 적이 있고, 그것이 계기가 돼서 단어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고 주 큐레이터는 전했다.

[국제갤러리에 걸린 로니 혼 작가의 'Remembered Words-Poconos']


로니 혼은 1955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을 졸업한 후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조각, 사진, 드로잉 그리고 출판물을 제작하며 각 영역에 대한 작가 고유의 시학을 전개해왔다. 그의 작품은 자연, 정체성, 이원성(二元性)에 천착한 예리하고도 철학적인 질문들과 재료 연구에 기반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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