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인구절벽과 4차 산업혁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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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입력 2018-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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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해가 갈수록 출생아 수가 줄고 있다. 국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총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2016년의 40만6200명과 대비해 4만8500명이 감소했다. 출생 관련 통계 자료를 생산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숫자다. 2001년까지는 50만명 선을 유지했고, 2002년부터 40만명대가 유지되다가 이제 그마저도 무너졌다.

통계청에서 밝힌 출생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가임기 여성(15~49세) 인구의 지속적 감소다. 지난해 가임기 여성은 10년 전인 2007년의 1357만9000명과 대비해 105만9000명이 줄어든 1252만명이었다. 출산이 가장 활발한 30~34세의 가임기 여성은 2007년 203만명에서 지난해 164만9000명으로 38만1000명이 감소했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면서 합계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합계출산율(2015년 1.68명)보다 훨씬 낮은 1.05명으로 나타났다. 2016년 1.17명보다 0.12명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 OECD 내 초저출산 국가(1.30명 이하) 중에서도 가장 낮은 국가로 기록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05명이라는 것은 남녀가 결혼해서 한 명의 자녀만 낳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로 가면 곧 인구가 절반이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주장했던 인구절벽이론이 곧 현실화되는 순간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인구절벽이론의 주요 내용은 젊은 층의 인구가 어느 순간 급격히 줄어들어 인구 분포가 마치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최종적으로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인구 감소는 노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경제 발전에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노동인구의 감소로 계속 생산이 어려워지면 결국 국가경제에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산을 위한 노동인구가 문제라면 로봇을 활용하면 된다.

실제로 생산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대만의 디스플레이 회사 이노룩스(Innolux)는 생산라인에 로봇을 도입하면서 올해 1만명의 인력을 정리할 계획이다. 대만 전자기기 위탁제조 기업인  훙하이정밀(鴻海精密·폭스콘)은 스마트폰 공장의 무인화를 위해 중국에 약 4조6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노동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 부담, 경쟁력 강화 등의 이유를 내세워 단순 생산 로봇에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까지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들을 생산 시설에 과감하게 투입하고 있다. 적어도 기업에 있어서는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국가다. 낮은 출산율을 우려하는 가장 큰 주체는 국가다. 국가 구성원이 줄어들면 국가 운영이 어렵게 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이유다. 출산 당사자인 개인들의 선택은 단순하다. 출산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출산 파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출산은 출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양육으로 이어지고 양육을 위한 시간과 돈, 사회적 환경 등이 선제적으로 조성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농사 지을 인력이 필요한 시대라면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이 안 되겠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개인들에게 출산을 요구하는 것은 협박에 가까운 행동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개의 미래를 보고 있다. 출산 파업과 인구절벽으로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젊은 세대보다 노인 세대가 많은 ‘비정상적’ 미래사회가 하나 있고, 4차 산업혁명이 만든 스마트 시티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쾌적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사회가 하나 있다.

두 미래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두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단위는 현재는 기업뿐이다. 공동체의 미래가 아니라 자본의 확대 재생산이 중요한 기업의 입장에서 두 미래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개인의 상황은 기업과 다르다.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사회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미래다. 내일, 한 달 후, 1년 후 정도가 고려할 수 있는 최대의 미래다. 현재가 불안하면 출산도 미래도 없다.

이제는 두 미래를 통합해서 사회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미래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의 역할이 능동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기업에 맡겨 놓을 수도 없고 개인에게 의지해서도 답이 안 나온다.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할 수는 있지만 편리함은 인간 삶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기술을 포기할 수는 없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되 그 와중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지금은 초기 산업혁명 시대보다 더 급진적 변화의 시기다.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공허한 스마트 시티가 아니라 마음 편히 애 낳고 기를 수 있는 안정적 사회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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