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굴기'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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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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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강국 조건’ 다 갖춘 中… '게임 체인저'로 떠올라

  • 2016년 이후 해마다 6조원씩 투입

  • 세계 AI분야 인재 대부분은 중국계

  • 방대한 데이터도 AI에 기술 육성에 강점

  • 한국 AI분야 현실은 '총체적 난국'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崛起·우뚝 섬)가 미래기술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인공지능 선진국들은 중국의 인공지능 발전 속도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중국은 2030년에 인공지능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AI와 빅데이터 등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첨단기술의 실물경제 접목 계획을 밝히면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중국은 현재 AI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18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매년 6조원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후에도 2030년까지 매년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천인계획’과 ‘만인계획’ 등을 통한 인재 육성과 개발 및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이 프로젝트 혜택을 입은 인재가 수천명에 달한다. 실제로 외국에서 근무하는 AI 인재가 중국으로 귀국해 계약을 맺으면 보너스 명목으로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연봉도 중국 본토 출신에 비해 몇 배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AI 분야 인재들은 대부분 중국계 사람들이다. 중국의 벤처캐피털 시노베이션벤처스가 이달 초 발표한 ‘중국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현황’ 보고서에서 “전 세계 최대 인공지능 기업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지만, 그 기업들을 움직이는 것은 중국인이다”라고 자랑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중국은 이와 함께 인터넷 인구가 7억3000만명에 달해 소비 패턴과 취향, 동선 등 빅데이터 수집·분석이 용이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풍부한 데이터가 강점이 되는 이유는 AI 학습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AI 기술 육성에 큰 강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배 성장한 58조8000억 위안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1120억 달러(약 126조원)의 80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가 선보인 ‘알리페이’와 중국판 카카오톡인 모바일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 기반의 텐센트 ‘위챗페이’를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시장이 급성장했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통신요금 납부 등 일상의 모든 곳에서 모바일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기간 동안 온라인 거래는 27조원 규모에 달했다.

여기에 민간 기업들의 AI 분야 투자도 중국의 ‘AI 열풍’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시애틀에 AI 연구소를 세웠으며, 올해 AI 전문 자회사인 ‘알리바바 슝안 인공지능과기유한회사’를 세운 알리바바는 앞으로 3년간 AI를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에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에 연구센터를 7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자회사는 허베이성(河北省)에 설립될 예정이다.

바이두는 기업 캐치프레이즈를 ‘모바일 우선(Mobile-first)’에서 ‘AI 우선(AI-first)’으로 바꿨으며, 자사의 AI 시스템 ‘두어OS(DuerOS)’를 스피커·TV·냉장고 등에 접목하고 있다. 텐센트도 AI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여기서 개발한 AI 바둑프로그램 ‘줴이(絶藝)’는 올 상반기에 일본 정상급 바둑기사 이치리키 료 7단을 꺾기도 했다.

지방정부도 민간기업의 AI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물론 미국의 애플과 퀄컴 등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데이터 센터 등을 설립하면서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였던 구이저우성(貴州省)이 ‘빅데이터 허브’로 우뚝 섰다.

전 세계 인공지능 석학 100명 중 절반인 50명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도 최근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베이징(北京)에 세우기로 했다. ‘영토 확장’ 차원에서 차세대 연구 전진 기지로 베이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년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항의 의미로 중국 사업을 철수한 바 있는 구글이 연구센터를 중국에 두기로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중국이 가진 장점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구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에서 중국만이 가진 장점과 발전 가능성이 중국의 여러 사업 한계를 상쇄시킬 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비롯 막대한 자금 투입과 넘치는 인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자료 등 AI 발전의 요소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런 조건들이 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중국이 AI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컨설팅회사 가오펑(高峰) 어드바이저리 에드워드 츠 대표는 워싱턴포스트 최근 기고문에서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문샷(Moonshot·달을 잘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 개선이 아니라 우주선을 쏘는 것 같은 혁신적 발상) 프로젝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이 민간 기업들의 활발한 혁신과 맞물리면 AI 등 첨단기술 글로벌 리더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이러한 다양한 장점들로 인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AI 선진국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시작된 인공지능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도약하는 상황을 전하며 미국과 유럽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전 세계 AI 관련 기술과 자본을 유치하기 정책을 지난달에만 네 번 연속으로 발표했다. 방향이 결정되면 밀어붙이는 중국식 추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달리, 한국의 AI 관련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중국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방향성과 추진력, 투입 자금 규모, 인재확보 및 양성 노력, 빅데이터 확보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쳐진 상황이다.

우리나라 AI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우리 정부가 인공지능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다”고 말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용어는 ‘총체적 난국’”이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자금력과 맨파워, 빅데이터 등 무기를 내세워 글로벌 AI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래기술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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