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블랙홀' 법사위서 잠자는 '민생법안'② 전안법, KC인증 면제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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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7-12-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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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연말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지만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법안 통과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모두 883건이다. 이 가운데 법사위 고유 법률안 706건, 타 상임위에서 넘어와 법사위 심사를 대기 중인 법률안은 177건이다. 177건의 법안은 이미 타 상임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통과된 후 법사위로 넘어왔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을 빌미로 회의를 열지 않거나 체계·자구 심사를 빌미로 시간을 끌어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몇 달 동안 각 상임위는 개미처럼 심사해서 넘겨줬는데 법사위가 베짱이처럼 침대에 누워 심사를 해주지 않을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개점휴업' 상태인 법사위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며 "법사위를 인질로 삼은 대국민 인질극"이라면서 "예산안이 자기 맘대로 되지 않아 막무가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생법안' 가운데선 연내 반드시 통과시켜야만 하는 필수 법안들이 많다. 1순위로 구매대행·병행수입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비용부담을 완화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꼽힌다. 2015년 말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기준까지 급격하게 높이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소상공인에 큰 부담이 가는 부작용이 드러났고, 결국 국회는 12월 31일로 법안을 유예했다. 만약 연내 수정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안법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지연되다가 지난 8일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가까스로 통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졸속 처리된 문제의 '전안법'→소상공인 부담 완화된 개정안

지난 2015년 말 국회는 종전의 '전기용품안전 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시행하면서 전기용품은 물론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KC인증(국가통합인증)을 의무화하고 인터넷 판매도 KC 마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등 안전인증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전제품이나 대기업에는 타격이 없었지만 생활용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영세 소상공인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병행수입업자나 구매대행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KC인증 비용은 통상적으로 20~3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소량의 수입 물량을 위해 공급자 적합성 확인 증명 서류 등을 모두 따로 확보해야 했고 부담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소비자 판매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개정안 통과 당시엔 법안 심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부작용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2015년 11월 17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안 소위원회에서 전안법 심사 당시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측에 '여론 수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게 전부였다. 백 의원은 유일하게 "업체들에 대해 여론 수렴은 어떻게 했나. 우리 국회에선 절차를 안 거쳤는데"라고 물었다.

당시 정부 측은 공청회·청문회 등의 절차를 다 거쳤다고 의원들을 안심시켰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정부 입법이기 때문에 입법예고 다음에 공청회, 규제 심사, 관계 부처 의견을 다 듣고 통과된 정부 법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또한, 민주당 소속 홍영표 소위원장은 "어차피 이 법안이 기존 업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간명하게 법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점이 불거지자 국회는 1년간 시행시기를 늦추는 등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이어 이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논란이 된 일부 조항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한편, 소상공인 등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의무부담을 현실적으로 이행 가능한 수준으로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담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공급자 적합성 확인대상 생활용품 중 사고나 위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생활용품을 안전기준 준수대상 생활용품으로 개편하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 소상공인의 KC인증 의무를 면제하는 대신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제조·수입하도록 하고 그 제품에 모델명, 제조국가, 제조일자 등의 사항을 표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구매대행의 경우 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은 KC인증 마크가 없더라도 구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KC인증 정보를 게시하는 대신 구매자에게 구매대행사항을 알리도록 했다. 다만, 위해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안전 보호를 고려해 구매대행을 중지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병행수입을 할 때는 선행 수입업자가 KC인증을 받아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과 같은 모델과 관련해서는 인증절차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는 대신 병행수입사항을 표시하고 알리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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