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왕 ‘제철보국 정신’을 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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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7-12-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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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 13일 6주기···세계 최고 철강사 키워내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생전인 1980년대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동지’라 불렀던 직원들과 환하게 웃으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조국이 군대를 필요로 했을 때 장교로 투신하고, 현대경제를 위해 기업인을 찾았을 때 기업인이 되고, 미래의 비전을 필요로 할 때 정치인이 되어 조국에 봉사하는 삶이 끊임없는 지상명령이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생전 청암(靑岩)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조국에 대한 헌신을 높게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는 13일은 청암이 세상을 떠난 지 6주기를 맞는다. 포스코는 이날 별도의 행사 없이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이 그가 영면하고 있는 서울 동작구 국립 현충원을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대신 내년 회사 설립 50주년을 맞고 있는 만큼 그 때에 맞춰 청암을 추모하는 행사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말처럼, 그의 여든 넷 생애는 격변의 한국 정치·경제·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는 시간이었다. 특히 제철소 건설을 시작한 1968년부터 대업을 완수한 1992년까지 25년 기간 동안 청암은 갖고 있던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쏟아냈다. 그는 “이 땅에 태어난 것 자체가 큰 인연이다. 나에게 제철소를 만드는 일이 주어졌을 때 나는 회피할 수 없는 사명감을 느꼈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스로 ‘조상이 흘린 피의 대가’라고 정의한 대일청구권자금을 종자돈으로 포항 제철소 건설을 시작하면서 그는 임직원들에게 “실패하면 스스로 죽겠다고 맹세했지만, 죽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절망, 불가능은 포스코내에서는 금기어였고, 오로지 성공만 추구했다. ‘우향우 정신’과 ‘제철보국 정신’으로 무장한 ‘포스코 군대’는 포항과 광양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일관제철소를 끝내 완공했다. 

 

전기로 앞의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사진=포스코 제공]


이를 통해 청암은 기술력과 자본력이 전무한 한국 땅에서 25년 만에 포스코를 연간 조강 생산규모 2100만t의 굴지의 철강기업으로 키워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당대 35년간 연간 조강생산 1000만t을 이뤘던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성과다. 세계 철강업계는 그를 ‘신화창조자(Miracle-Maker)’라 칭송했고, 30년 전인 1987년에는 현역 철강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철강의 노벨상인 베세머 금상을 시상, 그를 새로운 ‘철강왕’으로 인정했다.

청암은 눈을 감기 전 “포스코가 국가경제동력으로 성장해 만족스럽다. 앞으로 포스코가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며, 평생을 바쳐 일궈낸 포스코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의 유언에 맞춰 후배들은 포스코의 위상을 키워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서 올해까지 8년 연속 1위로 선정됐으며, 세계 최고의 생산성은 포스코 건설을 지원했던 일본 신일철주금보다도 더 높다. ‘기가스틸’로 대변되는 월드 프리미엄(WP) 철강재 개발 및 판매를 통해 경쟁사와의 기술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청암의 별세후 초기 10년 동안 포스코가 어떻게 자립을 이뤄나갈 수 있느냐가 업계의 초미의 관건이었으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위기를 상당 수준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다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태생의 한계로 발목을 붙잡혔던 포스코가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또 따시 포스코를 흔드려는 조짐이 엿보이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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