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운송 수단 선택권, 개인에게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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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입력 2017-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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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초빙 논설위원 · 정보사회학 박사]


카풀(Carpool)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고발당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벤처기업 ‘풀러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약칭 여객자동차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풀러스가 여객자동차법 81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81조에는 예외적 상황에 한해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허용 조건의 첫 번째가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다. 출퇴근할 때는 카풀하면서 자가용 주인이 동승자에게 일정 정도의 운송 요금을 받아도 된다. 풀러스는 이 조항에 착안해 자가용 소유자와 카풀 이용 희망자를 알선하는 앱을 만들었고, 11월 초 현재 75만대 이상이 이 앱에 등록돼 있다.

처음엔 문제가 없었다. 풀러스와 앱 사용자들은 법에서 정한 ‘출퇴근 때’를 잘 지켜 알선을 했고 이용을 했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은 각각 평일 오전 5~11시, 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까지다. 문제는 풀러스가 6일부터 카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면서 생겼다. 풀러스의 영업 시간 연장 논리는 단순하다. ‘출퇴근 때’를 특정 시간대에 국한해서 해석할 이유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풀러스는 영업시간을 확대하기 전 로펌 두 곳에 ‘출퇴근 때’에 대해서 문의했고, 출퇴근 시간을 오전과 오후로만 좁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로펌의 조언이 결정적 이유는 아니겠지만 풀러스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논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고발의 근거가 된 여객자동차법에 대해 알아보자. 이 법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관한 질서를 확립하고 여객의 원활한 운송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종합적인 발달을 도모하여 공공복리를 증진하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여객의 원활한 운송’이다. 여객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 여객자동차도 필요하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도 필요하게 된다. 여객의 원활한 운송은 최종적으로 공공복리의 증진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여객의 원활한 운송과 공공복리의 증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객의 사전적 정의는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법에서 말하는 여객은 민법에서 말하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회·집단적 대중이며 생존하기 위해 운송 수단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공장으로 일하러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공장은 대도시 인근에 있었고, 사람들은 거주지에서 공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필요했다. 노동자들에게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시스템은 노동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특정 공간에서 동시에 일하기를 요구했고, 국가와 사회는 이런 요구를 법률적·정치적으로 수용해야만 했다.

초기 법률 제정 시 주요 고려 사항은 운송 자원의 부족이었다. 개인들은 자기용이 없었고 지금과 같이 전철이 발달하지도 않았다. 전반적으로 운송 시스템이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었고 ‘여객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 대중교통 수단을 소유·운영하는 기업들을 끌어들여야만 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들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필요했고 보호의 내용을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를 규정한 81조도 그중 하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들이 계속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했다.

벤처기업 풀러스의 ‘도발’은 궁극적으로 여객자동차법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법 제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개인들은 자기 명의의 자가용이 있거나 가정 소유의 자가용이 있다. 대중교통은 필수가 아니라 점점 더 선택이 되고 있다. 근무 형태도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네트워크 근무 형태로 바뀌고 있다. 근무시간 선택제도 늘고 있고 재택근무도 많아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노동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 노동 자체는 계속 존재하지만 노동의 형태는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귀가하는 형태는 계속 남겠지만 절대적 형태는 더 이상 아닐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바뀌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객자동차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여객의 원활한 운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1조 첫 문장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관한 질서를 확립하고’로 시작한다. 아직 법의 기본 취지는 운수사업자 보호에 있다. 통계에 의하면 각 지자체에서 허가받아 영업하는 차량은 25만대 정도이고, 벤처기업 풀러스 앱에 등록된 차량은 75만대가 넘는다. 카풀 요금은 택시보다 30~40% 저렴하다고 한다.

점진적으로 운송 수단의 선택권을 개인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법이 제정된 시대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계속해서 운수사업자 보호를 위해서 스타트업을 고발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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