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DNA 원산지 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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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웅 기자
입력 2017-10-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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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용 바이오코아 대표 겸 한양대학교 분자생명과학과 교수


대부분의 국민들이 열흘간의 긴 추석연휴를 즐기면서 오랜만에 가족·친지들과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는 시간을 보냈다. 추석은 가을 추수를 끝내기 전에 생산된 쌀, 과일, 채소 등으로 만든 풍성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일가·친척들이 모여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전통이다.

그래서 '1년 열두달 365일이 모두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풍성하고 넉넉한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다. 음식 장만을 하기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이제는 우리의 먹거리가 세계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수입된 농축수산물들이 우리의 음식물 재료가 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자연스럽게 식품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확인해 보고 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고, 음식점에서도 재료의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어 있다. 원산지란 수출입 품목의 국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물품이 성장했거나 생산·제조·가공된 지역'을 말한다.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은 소비재 위주로 되어 있으며, 현재 674개 품목이 지정되어 있다.

옛날부터 자신의 몸과 태어난 땅이 하나라는 신토불이의 사상과 보관·배달 방법이 뛰어나더라도 좀더 신선하고 영양분이 파괴되지 않은 국산식품을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대량생산된 수입산보다 국내산 식품들이 대체적으로 비싸다 보니, 유통과정에서 수입산 제품을 국산으로 속이거나 국산과 수입산을 섞어서 파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남아메리카산 홍어를 국산으로 속인다거나, 심지어 참조기와 부세는 사촌간으로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부세를 참조기로 속여 판매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2013년에 쇠고기와 말고기를 섞어서 판매한 말고기 파동이 있었다. 말고기는 유럽인들이 피하는 음식이고, 유대인들은 금하는 식품이기도 하다. 즉, 원산지나 품종을 속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을 징수하고는 있지만, 막대한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이 육안으로 원산지나 품종을 구별하기도 힘들고 가공품의 경우 구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DNA의 염기서열을 이용하여 판별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품종이나 원산지가 다른 경우 특이적인 염기서열을 가지게 될 경우가 높아져 이를 이용하면 원산지 판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20개의 DNA 마커를 사용하여 쌀 410개 품종과 원산지를 구별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현재는 홍어뿐만 아니라 조기, 부세, 오징어, 장어, 고등어, 갈치, 연어, 한우, 고추, 녹용, 인삼,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등 우리의 식탁과 음료 그리고 한약재에 들어가는 중요한 재료들의 구별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독성이 있는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하여 판매된 사례는 이들 원산지와 품종을 구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최근에 현장에서 바로 검사할 수 있는 바이오칩 (BioChip)의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이러한 원산지를 속이는 일들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빠른 시간 안에 식탁위의 음식만큼은 안심하게 믿고 먹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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