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꿈꾸는 사회적기업] ④십시일밥, 나의 공강 한 시간이 내 친구의 밥 한 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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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입력 2017-10-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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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자원봉사자들이 공강 시간을 활용해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십시일밥 제공]


높은 취업 문턱 때문에 1시간의 공강도 허투루 쓰기 힘든 시대다. 하지만 비영리 대학생단체 '십시일밥'은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기꺼이 공강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공강 시간에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시급이 아닌 식권을 받아 취약계층 친구들에게 전달한다. 단체 이름은 '10명이 한술씩 보태면 1명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에서 따왔다.

십시일밥은 교내 식당에서 한 학생이 친한 친구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빈 식판으로 리필을 받아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을 본 학생들이 공강 시간을 모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14년 십시일밥을 설립한 이호영(27·한양대 졸업)씨는 학생식당을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으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새롭고 낯선 활동이기 때문에 경계하는 곳이 많았던 데다 숙련도가 낮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고용하기 꺼려하는 학생식당도 있었다.

이에 이씨를 비롯한 십시일밥 구성원들은 2명이 일하는 대신 1명분의 임금만 받겠다고 설득하는 등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1차례씩 공강 시간을 이용해 교내식당이 가장 바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봉사활동을 한다. 주로 배식과 설거지, 테이블 정리, 식권 판매 등을 돕는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식권 판매와 배식은 평균 5500원, 식기 세척은 7000원의 시급이 책정돼 있다. 10명이 1시간씩 식기 세척을 하면 7만원이 되고 이를 돈이 아닌 3000원짜리 식권 23장으로 받는 식이다. 이렇게 적립한 식권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익명으로 기부된다.

한양대에서 시작된 십시일밥 프로젝트는 건국대, 연세대, 경희대 등으로 확산되면서 현재 전국 29개 대학, 3200여명의 봉사자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공강 시간을 기부하고 있다. 그 결과, 십시일밥은 지난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상을 비롯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호영 설립자는 십시일밥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모아 다른 청년 사회혁신가들에게 전달해 상호 성장과 협력을 돕고 있다.

그는 오는 18일 SK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이 사회혁신가들의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SIT(Social Innovators Table) 강연에 발표자로 나서 그동안의 경험을 공유하고 업무 협력방식 등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십시일밥 관계자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십시일밥의 사회적 발자취가 이제 새롭게 선순환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귀감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호영 십시일밥 설립자[사진=십시일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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