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3권 사각 230만 '특수고용노동자'…국회, 보호 입법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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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17-09-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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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 '노조법 개정안' 추진

  • 보험설계사·캐디·방송작가 등 법적으로 노동자 아닌 개인사업자 분류

  • 갑질로 고통·사고 당해도 책임 묻지 못해…11월 정기국회서 논의 예정

  • 노조법 개정 움직임…'노조 할 권리' 법적 부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 특수고용직 노조원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부터 일주일 새 국회 정론관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이 세 번 열렸다. 화물노동자, 보험설계사, 대리운전·택배기사들로, 기자회견의 주체는 달랐지만 요구는 하나였다.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자이지만, 법적 신분은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한' 노동자다. 학습지 교사, 택배·퀵서비스 기사, 방송작가, 방송외주 PD,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자동차 판매사원 등이 이에 해당하며 현재 한국 사회에 2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어서 노동3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위탁·도급 등의 계약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계약 해지, 해촉으로 인한 '쉬운 해고'도 가능하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 최근 사용자의 '갑질'로 고통받거나 일하다 사고를 당해도 사용자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20대 국회에서 이들을 보호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조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오는 국정감사에선 여당 환노위원들을 중심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사각지대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노조법이) 이번 9월 정기국회 논의에선 순위에서 밀렸지만, 11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의 고용보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고 임금과 고용안전성, 처우 개선 등을 두고 노동자가 사용자와 교섭할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노동계와 여당, 정의당의 주장이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현재 국회에는 한 의원 안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이들 법안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헌법상 기본권인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법을 개정하자는 내용이다. 

즉, 노조법상 노동자의 개념을 '자신이 아닌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와 '그밖에 다른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 즉 특수고용직 형태까지 편입시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특수고용직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뭉쳐 사용자에게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노조 할 권리'를 법적으로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특수고용 노용자도 업무 종속성 문제에선 노동자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며 "유럽에선 자영업자에게도 노동권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의 요구도 고용노동부가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하라는 것이었다. 택배노조는 대리점의 부당한 요구, 계약 해지에 항의하는 등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설립 필증을 교부받지 못한 법외노조 상태였다. 

이들은 CJ대한통운, 롯데 등 대기업 물류회사에서 일하지만, 회사 측의 방침에 따라 정규직 택배기사가 아닌 계약 형태로 일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지난 14일엔 국회에서 신안그룹 계열사 휴스틸의 화물운수노동자 고(故) 정태영씨가 근무 중 사고로 사망했지만 특수고용직이란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산업재해 처리를 거부당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푸르덴셜생명보험 지점장이 20년을 일하던 회사에서 부당 해고(해촉)를 당한 뒤 이에 항의하며 투신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들의 피해 사례는 제각기 달랐지만, 입법 기관인 국회를 향한 요구는 하나였다. 노조법 개정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1999년부터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받고자 싸워왔지만, 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모두 2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이다. 19대 국회에서도 노조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이 지체되면 행정부의 행정지침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권을 보호할 수도 있다. 환노위 소속 강병원 의원실 관계자는 "행정지침으로 우선 급한 것부터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완할 입법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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