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人] <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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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7-08-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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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 및 간담회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

북핵, 사드, FTA 등 안보와 외교, 경제가 난마처럼 얽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정부로부터 워낙 악조건을 물려받은 데다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등 도발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새 정부가 내놓은 대북정책 및 외교안보 전략이 사실상 먹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통일부, 외교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주도적 자세와 국익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 2강에 의존하던 기존 외교 관성대로만 하지 말고 창의적인 외교가 되도록 발상을 전환하라”고 당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외교의 지평을 넓히라는 주문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비서실 산하 외교안보수석실까지 떼어온 국가안보실은 새 정부에서 명실상부한 ‘외교안보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안보실장은 1·2차장과 7비서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관장하고 있다. 그동안 안보실장에 군 출신이 임명돼왔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외교부에서 ‘통상통’으로 잔뼈가 굵은 다자외교 전문가인 정 실장을 안보실장에 앉힌 데에는 가장 큰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력을 발휘하고, 확장적 외교로 패러다임을 바꾸라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담겨 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외교자문단 ‘국민 아그레망’ 단장을 맡아 문재인 캠프 외교정책 수립을 총괄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새 정부 초기 외교안보 공백을 메웠다. 정부 출범 직후 문 대통령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에 특사를 파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실장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 후 지난 석 달 동안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을 만큼’ 동분서주하듯 뛰어 다녀야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한·미 간 갈등이 노출되던 지난 6월에는 맥매스터의 자택에서 5시간 동안 마라톤 대화를 나누며 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을 했다. 또 북한 미사일 도발 등 중요 위기 국면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핫라인’을 통해 논의했다. 급기야 지난 달에는 북한과 미국 간에 거친 말이 오가면서 전쟁위기설까지 터지자 애초 떠나기로 했던 여름휴가 계획도 취소해야 했다.

정 실장이 최근 극비리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북핵 공조와 사드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한편,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했다는 얘기도 청와대와 외교소식통 전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달부터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되면서 정 실장의 대통령 보고도 부쩍 늘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직원이 올려주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자료를 만들고 보충하는 등 꼼꼼하고 치밀하다는 평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초청 오찬 및 간담회에서 전날 북방경제위원장에 위촉된 송영길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 실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외무고시 5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외무부 통상국 통상정책과장, 통상국장, 주미국대사관 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1982년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1~2004년 주제네바대사관 대사를 역임했다. 2002년엔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 협상그룹 의장과 국제노동기구(ILO) 의사회 의장을 지냈다.

한국의 ‘1세대 통상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정 실장은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 당시 수석대표를 맡아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며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비교적 온화한 성품이지만 담판 자리에서는 단호하고도 공격적인 승부사 기질로 일을 빈틈없이 처리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미와 미·중 구도로 난마처럼 얽힌 한반도 문제에서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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