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이진복 "文정부, 다양성 고려없이 획일적 통제…4차산업 성장에 毒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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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이수경 기자
입력 2017-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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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상임위원장 릴레이 인터뷰] <4>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자유한국당)

  • "여기 막고 저기 막고 온통 규제 뿐…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겠나

  • 부동산규제로 서민 대출 절벽·최저시급 인상 소상공인에 큰 부담

  • 소액대출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로 핀테크 활성화해야"

  • 은행들 보수적 영업관행 탈피·탐욕스러운 재벌 개혁해야 쓴소리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국회 정무위원회는 '민생 경제'의 맥(脈)을 짚는 상임위다. 경제적 약자인 서민을 보호하고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을 견제해 공정한 경제 성장의 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으로 처방을 내린다. 

국민의 실제 경제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는 만큼 이진복 정무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의 어깨도 무겁다. 지난 23일 만난 이 위원장은 정무위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으로 14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핀테크(fintech)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을 꼽았다. 이밖에 최저임금 상승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타격을 입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책,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한 '저소득층의 대출 절벽',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보완 대책도 중요한 이슈로 들었다. 

18대 때도 정무위에 몸담고 19대에는 산업통상자위원회에서 활약한 '경제통'인 그는 문재인 정부의 '획일적인 경제 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 도입 등 대출 규제 강화나 최저임금 인상을 거론하며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정책은 결국 실패한다"고 잘라 말했다. 획일적 잣대로 규제할 게 아니라 지역별·계층별·세대별 '맞춤형'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보수적인 영업 관행을 이어온 은행과 탐욕스러운 재벌은 개혁돼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리면서도 급진적인 개혁은 경계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경제 정책이 다소 '급진적'이라고 진단하며 "경제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으로 다소 느리더라도 흠결이 없도록 강하게,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1시간가량 이뤄졌다.

-정무위가 다루는 주요 현안은 뭔가.
= 우리 위원회의 가장 큰 현안은 가계부채 증가 문제와 자본시장 경쟁력을 위한 핀테크 산업 육성이다. 금융 지원 없이는 4차 산업 발전이 불가능하다. 금융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가 정무위의 고민이다. 인터넷 뱅크 지원 문제와 파생 상품 시장 활성화가 당면한 과제다. '시장적이다', '반(反)시장적이다', 라는 표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정무위는 국민의 미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규제를 풀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현안을 우리 위원들이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국회 때 이견을 조율해 정무위에 맡겨진 숙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가겠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대책 가운데 규제 완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획일적인 경제 통제'다. 경제는 획일적으로 다룰 수 없는 난제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정부가 전국, 전지역, 전업종으로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소상공인 600만 명은 직원에게 월급 줄 돈이 없어서 직원 다 내보내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공공사업장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괜찮지만, 소상공인들에게는 획일적 최저임금제는 독약이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획일적 정책을 펴면 신혼 부부나 젊은 부부들이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젊은 사람들은 은행에서 싼 이자로 대출받아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한다. 근데 정부는 LTV(주택담보 대출비율)와 DTI를 40%로 규정해 버렸다. 대안으로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만들어주겠다고 하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얼마나 다양성이 많아진 사회인가. 이런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책은 결국 실패한다. 

-정부는 조만간 DSR·신 DTI 도입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출 옥죄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을 까다롭게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빚 못 갚는 사람들은 제2금융권으로 간다. 제2금융권은 수요가 있으니 비싼 자금을 급하게 조달하고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이 자꾸 생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같은 사태가 꼭 오게 돼 있다. 투기자가 아닌 실 수요자, 조건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안 된다. 

-가계부채 대안은 있나.
=점진적으로 가야한다. 가계부채를 이렇게 획일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해 전부 40%대로 떨어뜨려야 한다?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겐 좀 더 융통성 있게 대출해주고, 가족이 많거나 집이 필요한 사람들한텐 부채를 어떻게 풀어줄지, 부채를 해결할 수 없다면 리스크를 줄여줄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다. 근데 안 한다. 정치인들이 일방적 자기 생각만으로 정책을 펴서 그렇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여당 정무위원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은 전부 개인 대출이기 때문에 여당의 주장처럼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다. 기업이 돈을 투자해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기업에 대출해서 기업이 기업의 사금고화될 수는 없다. 또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지주가 되면 예금자의 돈을 사적으로 유용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게 여당의 주장인데 인터넷 전문은행은 소액대출 중심이다. 기업이 소액대출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행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인터넷 은행은 사금고화 우려가 없다고 했다. 금융혁신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는 완화해야 한다.

-여당도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긴 어렵지 않겠나. 
=카카오 뱅크가 출범하면서 해외 송금을 1/10로 줄여주겠다고 했다. 얼마나 경쟁력 있는 이야기인가. 그동안 보수 은행이 '땅 짚고 헤엄치기' 했다는 사실은 다 안다. 우리나라가 세계 70위권에 들어가는 은행이 하나도 없다. 안전한 자산만 관리하고, 수수료만 떼어먹는, 편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나 K뱅크가 생김으로 인해 기존 은행도 변화를 시작할 거다. 

-한국은 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꼽히지만, 금융 시장은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T와 금융 산업을 접목하면 얼마나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 4차 산업 시대는 M&A의 빅뱅이다. 내가 개발하지 못한 기술을 개발한 회사를 인수해 내가 가진 우월성과 접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금융이다. 4차 산업 발전 성패는 금융에 달려있다. 네덜란드 은행지주회사인 ABN암로는 기업 오너와 만나 몇 주를 토론하며 이 회사를 없앨 것인지, 이 회사가 다른 업종으로 나갈지, 지금은 어렵지만 더 투자하면 좋을 것인지 판단하고, 양쪽의 판단 결과에 맞춰 돈을 더 대출해준다. 우리나라는 조선업이 위험하다고 하니까 조선 기자재 업체들 대출을 전부 잠가버리는 나라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조차도 이자율을 12.9%까지 올렸다. 그게 어디 대부업체가 할 짓이지 국책은행이 할 일인가. 이런 금융 환경을 가지고는 4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영란법'은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농축수산 분야 피해가 크다. 소상공인들은 손님을 다 잃었다. 법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됐으니 법을 손대는 게 어렵다면 시행령이라도 고쳐보자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위기다. 정무위원들 생각은 똑같다. 3·5·10 가액 규정을 '5·10·10'이 되든 '5·5·10'이 되든 손을 봐야 한다.

-기존순환출자 해소 등 '재벌 개혁' 이슈도 정무위가 안고 있다. 
=재벌은 개혁돼야 한다. 대기업이 3세, 4세 승계를 위해 꼼수를 써서 이익 얻고자 한다면 그건 막아야 한다. 다만 대기업이 세계적 기업 사냥꾼들에게 그냥 먹히게 내버려 둘 수 없다. 기업 사냥꾼이 돈을 모아서 기업을 사냥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국의 중요한 산업들이 막 넘어간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입법 시 대기업 지분, 합병 문제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재벌이 가장 큰 문제가 문어발식 확장과 일감 몰아주기 아닌가. 대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중견·중소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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