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능 안정적으로 갈거면 개편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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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7-08-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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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교육 분야는 급격한 혁신이 좋지 않다고 이낙연 총리가 말했다.

전문성 없는 총리가 교육 문제에 나서는 것부터 마땅치 않다.

안정적으로 가겠다면 개편은 왜 하나.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을 바꾸지 않고 기존의 병폐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저녁에 학원 다니느라 피곤해 학교 수업 시간에는 자면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행복도가 떨어지는 일상을 보내는 학생들의 처지를 개선해 보자는 취지는 어디로 갔는가?

4차 산업 시대 객관식 문제 하나 더 맞아 점수로 줄 세우는 교육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였다.

검색하면 인터넷에 다 나오는 지식을 외우기보다는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미뤄온 수능 개편안 시안을 내놓고 확정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이들이 시험을 보는 2021학년도 수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처음에는 문·이과 융합을 위한 통합 과정을 강조했으나 점차 과정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수학의 가·나형 분리시험을 유지하겠다는 것을 봐도 그렇다.

현재는 자연계 학생들은 수능에서 사탐을 선택하지 않고 인문계는 과탐을 시험보지 않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자연계열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사회탐구 과목을 배워 대입 시험을 치르고 인문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과학탐구를 학습해 융합 교육을 하게 된다.

이번 개편 시안을 발표한 교육부를 보면 굉장히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도 일단은 현 중3에는 적용하지 않고 기존대로 갈 것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전형의 안정성과 선발 변별력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통해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숨을 좀 쉬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느슨해지고, 기존대로 대입 전형의 안정성과 변별력 유지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변별력과 안정성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상위권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한 주요대학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실력을 줄세우기 위한 변별력이라는 개념은 과거에 치우쳐 있다.

필기고사 91점과 100점이 어떻게 같은 점수냐고 하는데, 필기시험 점수 몇 점 차이로 줄 세우던 과거 관행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점수 몇 점 더 받는 것보다 협동심과 공동체 정신, 창의력 등을 키우는 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과목이 탐구과목과 제2외국어, 한문으로 확대되는 것(수능 개편안 1안)만도 학습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풍선효과로 인해 국어와 수학 점수 따기 경쟁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수능의 변별력을 대학 등이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수시 비중이 80% 가까이 달해 수능 비중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어 결국에는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교육부도 이번에 1안으로 결정하더라도 결국에는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까지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방향으로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안으로 가게 되면 또다시 확대 과정을 거쳐야 하다.

수능이 아니더라도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적용,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논술 특기자전형 폐지 등 입시 관련 변화가 줄줄이 있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과 전형의 안정성이 함께 가기는 어차피 쉽지 않은 일이다.

교육부의 시안은 수능 절대평가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공약이었다가 국정과제에서 슬그머니 빠질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변화를 위해 안정성과 변별력이라는 개념을 이제 좀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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