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27] 4준(駿馬) 4구(狗)는 누구인가? ②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석규 칼럼니스트
입력 2017-08-23 11: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전쟁터서 맹활약한 사구
사준마는 칭기스칸의 곁에서 그를 보위하면서 내정을 원활하게 이끌도록 유도하고 전략적인 측면의 자문을 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이에 비해 네 명의 충견인 사구는 전쟁터에서 맹활약한 전사들이다. 사구 가운데 세계 전쟁사에 가장 이름을 날린 장수는 수베타이다.
수베타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기로 하겠다.

▶ 문지기와 같은 젤메

[사진 = 젤메 추정도]

젤메의 아버지 자르치우드는 천민 출신 대장장이였다. 그는 테무진이 태어날 때 담비가죽으로 안감을 댄 배내옷을 테무진에게 가져다주면서 테무진과 같은 달 태어난 아들 젤메를 테무진의 사람으로 쓰라고 의탁했다.

당시 테무진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나중에 테무진이 장성하면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테무진이 아버지 예수게이가 죽은 뒤 고난의 세월을 보낼 때 젤메는 가장 먼저 달려와 테무진을 도왔다.

"젤메는 문지방의 노예, 문전의 노복이 되었다. 태어날 때 같이 태어난, 자랄 때 함께 자라난 복함이 있고 길함이 있는 젤메는 아홉 번 실수를 저질러도 죄에 들게 하지마라"는 것이 칭기스칸의 명령이었다.

평생을 칭기스칸의 충성스런 부하로 살아간 젤메는 전장에서 부상당한 칭기스칸을 위해 적진을 뛰어다니며 물을 확보해 철야로 간병했다.
또 독화살을 맞은 칭기스칸의 상처에 입을 대고 피를 빨아내고, 야영지에서는 밤을 새워 그를 호위한 적도 있었다.

말하자면 젤메는 비서이자 수행원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칭기스칸은 그 은혜를 평생토록 잊지 않았다.
그러나 1206년에 칭기스칸에게 반항하는 몽골의 부족들의 잔당들을 토벌하기 위해 출정하였다가 비교적 일찍 전사했다.

▶ 적의 병사에서 충견으로 - 제베

[사진 = 제베 추정도]

테무진은 타이시우드와의 끝내기 전투에서 또 한사람의 너흐르 제베를 만나게 된다. 이 전투에서 테무진이 탄 황색 말이 목등뼈에 화살을 맞아 쓰러진다.
전투가 승리로 끝난 뒤 테무진은 자신의 말을 쓰러뜨린 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사진 = 나담 경기장 여궁사]

그 때 지르고아다이라는 이름의 타이시우드인이 자기가 쏘았다고 나섰다.
그는"이 자리에서 칸에게 죽임을 당하면 손바닥만 한 땅을 더럽히겠지만 용서하면 칸을 위해 모든 충성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테무진은 "적으로 행동한 사람은 자신이 죽인 것이나 적대행위를 한 것을 숨기고 말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의 행위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알리고 있다. 동무할 만한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그에게 제베라는 이름을 내려주고 너흐르로 삼았다.

▶ 활 잘 쏘는 명장이라는 의미

[사진 = 몽골의 활]

제베라는 이름은 화살촉이라는 의미다. 테무진은 활로써 자신의 말을 쏘아 맞힐 만큼 제베가 활을 잘 쏘기 때문에 그에게 명궁(名弓)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을 내려준 것이다.
이재운씨가 쓴 소설 ‘천년영웅 칭기스칸’에는 제베가 김사영이란 고려 유민 출신으로 몽골 땅으로 흘러 들어가 활을 쏘아 칭기스칸에게 상처를 입힌 뒤 그의 심복이 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사진 = 몽골전통 활 제작 장인]

그러나 이는 소설을 좀 더 재미있게 꾸미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작가가 픽션을 가미한 것으로 보여 진다. 제베는 같은 몽골족이지만 다른 갈래인 타이시우드 출신이었다.
 

[사진 = 몽골의 궁사]


▶ 유비가 조자룡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
테무진이 제베를 얻은 것은 유비가 조자룡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제베는 이후 테무진의 가장 신임을 받는 심복 중의 한사람으로써 몽골 통합과 세계정복 전쟁 과정에서 적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장수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리고 수시로 특수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나이만 칸을 뒤쫓아 처리하도록 한 일이나 나중에 세계정복전쟁 과정에서 호렘즘의 샤(왕) 무하마드의 목을 베 오도록 지시를 내린 것 등이 그 것이다.
 

[사진 = 몽골 초원의 먹구름]

그럴 때마다 제베는 자신의 특수부대를 이끌고 상대가 어디로 도망가든지 끝까지 쫓아가 임무를 완수했다.
그래서 그의 특수부대는 저승군단, 그는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베는 이란과 그루지아 카프카즈 러시아까지 진격하며 큰 공을 세우지만 1225년에 몽골로 돌아오던 중 병으로 죽었다.

▶ 초원 통일에 큰 공-쿠빌라이
쿠빌라이는 칭기스칸의 손자로 몽골제국의 5번째 대칸이 되는 쿠빌라이와는 다른 인물이다.
그는 원래 테무진의 경쟁자였던 자모카의 휘하에 있었다.
그러나 코르크낙 주부르에서 테무진과 자모카가 갈라설 때 테무진 진영에 합류한 인물이다.

"그 밤을 새우고 날이 밝아 보니 바룰라스에서 쿠빌라이, 쿠두스 형제가 왔다."몽골비사는 쿠빌라이의 합류 상황을 이렇게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쿠빌라이는 이후 몽골 초원 통일 과정에서 제베와 함께 전투의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 많은 공을 세운다.

특히 마지막으로 남은 종족인 서쪽의 나이만족을 장악할 때 테무진은 쿠빌라이를 선봉대로 세워 나이만의 타양칸을 추적하도록 했다.
타양칸이 놀라 자신의 진영에 와 있던 자무카에게 마치 이리가 양떼를 몰아 울타리에 이르도록 쫓아오는 것처럼 맹렬히 추격해 오는 저들이 누구인가 하고 묻는다.

[사진 = 초원의 사냥꾼]

이에 자모카는 "테무진이 사람의 고기로 기른 네 마리의 개들로 그들은 쿠빌라이와 제베, 젤메와 수베타이다.
그들은 무쇠이빨에 끌 주둥이, 송곳 혀를 가지고 있으며 강철 심장에 이슬을 먹고 바람을 타고 다닌다. 전투의 날에 저들은 사람고기를 먹는다."고 겁을 준다.

그러자 타양칸은 겁을 먹고 도망가 버린다.
쿠빌라이는 초원 통일이후 테무진이 칸의 자리에 오르면서 여덟 번째 천호장으로 임명된다. 이와 함께 군정 책임자의 지위도 하사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