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유성엽 “소득주도성장 성공한 적 없어…文정부 실패 전철 밟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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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08-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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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상임위원장 릴레이 인터뷰] <3>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국민의당)

유성엽 국회 교문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경제를 선악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고독한 승부의 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원내에 처음 진입한 제18대(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때부터 20대 총선까지 '민주당 배지' 없이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세 번의 총선 득표율은 차례로 61.0%·48.7%·48.0%였다. 당 간판에 의존하지 않고 민심과 함께한 결과다. ‘뼛속까지 호남인’ 유성엽(3선·전북 정읍고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얘기다. 그는 2002년 6·13 지방선거(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땐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정읍시장에 출마,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코앞에 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제20대 총선 전 당 민생살림특별위원회 산하 경제재도약추진위원장을 수락했다. 1983년 행정고시(제27회) 합격 후 유 위원장은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 등을 거쳐 전북 경제통상국 국장을 맡기도 했다. 18대 국회 땐 국회 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 19대 국회 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등 경제 관련 특위에서 활약했다.

그가 본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과 한국 경제의 길이 궁금했다. 유 위원장은 인터뷰 시간 대다수를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는 데 할애했다. 핵심은 ‘규제 개혁을 통한 신(新)성장 동력 찾기’다.

유 위원장은 “경제를 선악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착한 성장 대 나쁜 성장’ 등 이분법적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부담·고복지냐, 중부담·중복지냐’ 등의 논쟁과 관련해선 “저부담·고복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왜 고민하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경제 선악 구분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하자는 얘기다.

유 위원장은 “성장의 과실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복지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그럴듯하게 포장만 하면 고상하게는 보여도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우외환에 처한 한국 경제의 문제는 ‘순환적이냐, 구조적이냐’를 떠나, 경제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전철을 밟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공공부문 일자리 증원에 대해 “그런 식으로 하면 일자리를 못 만들 나라가 어디 있느냐”라며 “공공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논쟁에 대해선 “굳이 재원 확보를 해야 한다면 재산세를 인상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新)산업이 일어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재벌·대기업의 잘못된 행태는 잡으면서 동시에 성장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가장 필요한 분야로 ‘금융산업’을 꼽았다. 사드 갈등에 따른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새만금 간척사업 등에 경고등이 켜진 데 대해선 “미·중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격”이라면서도 “새만금 성공을 위해선 4무(땅값·세금·노조·규제) 새만금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2016년 예산에서도 ‘최순실·차은택’ 등의 국정농단이 있을 것”이라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재산은) 환수할 것은 환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블랙리스트, 국가적 불행 사태…법적 개선 필요”
-박영수 특검팀의 항소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국가적 불행 사태의 근절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국회 차원에서 국가적 불행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화이트리스트 문제도 불거지지 않았나. 내 사람이니까 챙기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네 편, 내 편’ 가르는 식의 행정은 안 된다. 무엇보다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게 중요하다.”

-그간 문화예술인에 차별이 극심했다. 생활고에 시달린 ‘최고은 작가’ 사건부터 특정 지역, 예컨대 호남 차별 등도 적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없나. ‘출신지역차별금지법’(가칭)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문화예술 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정신이다. 문화예술인의 자립을 위한 법률적·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 ‘출신지역차별금지법’ 발의가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지역 차별은 인종 차별보다 더 야만적이다. 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해도 해도 안 되니까 법이라도 걸어두자는 것이다.”

-8월 결산국회에 돌입하면, 적폐 예산 검증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교문위 차원에서도 이른바 ‘최순실·차은택’ 검은 예산의 검증이 불가피하다.
“2016년 예산에서도 ‘최순실·차은택’ 등의 국정농단이 있을 것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례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불법적인 재산은) 환수할 것은 환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하겠다.”

◆“고부담·고복지? 죽도 밥도 안 된다…복지포퓰리즘 NO”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는다.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는 ‘소득주도성장론’을 통한 착한 성장의 구현이다. 그간 ‘성장’ 앞에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가짜 성장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착한 성장도 마찬가지인가.

“소득주도성장의 개요는 ‘국민소득 증가→소비 증가→수요 증가→경기 활성화→일자리 창출’ 등이다. 그러나 세계사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펴서 성공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경제는 옳고 그름, 선악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정부가 성장과 복지의 관계 등 경제를 바라보는 기본 인식을 바꿔야 한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인터뷰 시간 대다수를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는 데 할애했다. 핵심은 ‘규제 개혁을 통한 신(新)성장 동력 찾기’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지난 5·9 대선에서도 증세와 복지 논쟁에서 ‘중부담·중복지냐, 고부담·고복지냐’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논쟁이다. ‘저부담·고복지’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결국 성장을 통한 세원 기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면 세율을 높이지 않아도 국가 재정이 넓어지기 때문에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경제는 성장의 길을 찾아가면서 성장의 과실을 적절히 분배해 복지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막 섞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모양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해법은 찾을 수 없다.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8년 체제를 앞둔 시점에 보편적 복지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나.
“복지를 외면하자는 게 아니다. 책임 있는 복지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저 철없는 아이들처럼 복지만 외친다고 복지가 구현되나. 실현조차 안 된다. 정치인들이 솔직해져야 한다. (묻지마식) 복지 포퓰리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빠지면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 이것은 자명한 이치다.”

◆“공무원 일자리 증원, 그리스 길 갈 수도”
-내우외환에 휩싸인 한국 경제의 문제가 경기 순환적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데 동의하나.

“‘순환적이냐, 구조적이냐’의 문제보다는 명백한 경제실패가 문제다. 그간 양적완화를 원 없이 했다. 이자율은 낮추고 통화량도 늘릴 만큼 늘렸다. 고환율 정책은 물론, 재정 확대도 유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비 투자 규모는 세계 1위다. 그런데도 경제는 어렵다. 그 정책을 거꾸로 해야 경제가 살아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패한 경제정책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1호 정책은 ‘일자리 창출’이다. 공무원 일자리 증원을 골자로 하는 추가경정예산도 가까스로 통과했다.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대단히 잘못된 방식이다. 그런 방식이라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할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리스의 길을 가지는 것인가. 그리스는 공공부문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국가 부도 일보 직전까지 갔다. 지금은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여야 한다. 예컨대 퇴직 공무원 2명이 생기면, 그중 1명만 충원하고 정원 속에서 재배치 통해 수요에 대응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지금은 공공개혁을 할 시점이다.”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한데,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증세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많다. 동의하나.
“국가 운영에 필요하다면, 세금은 걷어야 한다. 다만 법인세나 소득세 인상보다는 재산세를 확보해 지원을 확보하는 게 타당하다.”

유성엽 국회 교문위원장은 “법인세·소득세 인상보다는 재산세 인상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기사정리=최신형 기자]


◆“법인세·소득세 인상보다는 재산세 인상이 타당”
-재산세 인상은 법인세보다 조세저항이 강하지 않을까.

“지방세인 재산세를 올리면 조세저항이 심하다. 따라서 국세로 돌려서 중앙정부가 관리하되, 부가가치세 등 물품세는 지방세로 돌려주면 된다. 물론, 일정 정도 재산에는 면세·비과세로 가고 필요 이상의 부동산 등 불로소득에 재산세를 적용하면 된다.”

-정부의 1기 경제팀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라인업을 평가해 달라.
“뛰어난 식견을 가진 분들이지만, 기본적인 경제 인식 등은 현재 부진한 한국 경제의 원인을 찾아내서 시정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상생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재벌·대기업의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 중견·중소 기업을 키워서 재벌·대기업을 대체해가는 방법이 필요하다. 결국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과감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 (-그래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금융 분야다. 거대 기득권 금융이 아닌 모범적인 금융자본을 만들어야 한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등으로 평창동계올림픽뿐 아니라 새만금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중 거대한 고래 싸움 속에서 새우 등이 커지는 격이다. 북핵 문제의 해법과는 별도로 관광 산업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 역시 속도가 너무 느리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중국 상해 푸둥 지역을 봐라. 땅값·세금·노조·규제 등 ‘4무 새만금’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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