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칼럼] 개헌, 경제의 관점에서 진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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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경영대학 교수 · 경제지식네트워크 대표
입력 2017-08-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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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교수]



개헌, 경제의 관점에서 진행돼야

문재인 대통령의 당초 개헌약속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권력의 배분에 국한되고 있을 뿐 전반적으로 그 논의가 소강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민주화 이후에도 '성공한 대통령'을 가져 보지 못한 역사적 경험의 반영일 수 있다. 권력구조를 무엇으로 하든 지금까지 국민 속에 뿌리 내리지 못한 우리 정당정치의 수준으로 보아 권력 엘리트들의 정치 과점과 정쟁은 쉽사리 교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철학자 드 메스트르가 "모든 국가는 그 국민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정부의 수준은 헌법보다도 국민의 의식수준이 좌우한다.
개헌의 성공의 판단 기준은 우리가 당면한 국가적 과제가 무엇인가로 귀결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는 현안은 당연 경제문제다. 국민은 경제적 미래에 낙관적 기대를 상실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반면에 저출산 고령화는 경제가능 인구의 순감소로 이어져 장기침체의 고통이 예견되고 있다. 2012년부터 가계소비는 일관되게 위축돼 왔고, 주력산업이 무너지면서 기업 수익성은 악화됐다. 노동 생산성 역시 줄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인기영합적인 복지의 약속과 경제적 약자의 보호를 내세워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대통령의 규제개혁 약속은 이해집단의 반발 속에 정권마다 지키지 못하는 상습적인 거짓말이 되고 있다. 세계가 4차산업혁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많은 혁신들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저항으로 그 도입이 저지되고 있다. 대부분의 공유경제와 원격의료 등이 대한민국에는 불법으로 남아 있다.
실제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대형 유통점 강제 휴무제, 카드수수료의 강제 인하 등 수 많은 경쟁제한 입법과 정부의 개입이 무차별 시행되고 있다. 재산권과 시장의 범위를 지켜줄 사법부는 대부분 반 시장 규제를 합헌이라고 통과시켜주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일관되게 지적하는 개혁사항임에도 노동시장 유연성은 정치권에 의해 역주행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우리사회가 국가 권력과 시장의 관계에 있어 경제의 운영 원리를 자유시장경제로 할 것인지, 이익단체들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의에 의해 결정하는 조정시장경제로 할 것인지 국가 경제의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연구들은 같은 투자를 해도 개도국에서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경제적 성과를 내는 이유 중 하나로 개도국들의 자원배분의 비효율에서 찾고 있다. 재산권과 법치가 확고한 사회, 또는 구성원간에 신뢰로 협력적 합의를 쉽게 도출하는 사회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회는 갈등 속에서 지연돼 경제적 성과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사회는 강력한 행정부의 권위 아래서 고도성장을 이룬 뒤, 그 이후에는 불행하게도 경제 운영원칙의 합의나 신뢰의 축적에 실패하고 있다. 국회는 규제의 양산 기관된 지 오래 되었고 행정부에 의한 규제개혁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민주화 이후 일관되게 목격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정부 체제로는 우리 경제적 후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개헌은 무엇보다도 경제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경제운영 기본원칙이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제 119조 1항에서 경제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주의를 선언하고 제2항에서 곧바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경제민주화를 공포함으로써 항구적인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우선원칙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사법적 판단 대신에 예측 불가의 권력에 유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가 획일적인 규제 양산의 문제를 극복하려면 경제의사결정 권력을 분산해서 각종 지방자치별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게 하여야 경제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 야합이 아닌, 미래를 위한 개헌은 경제효율을 높이는 관점에서 경제의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위 글은 본지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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