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발언대] '철밥통'에 목숨거는 젊은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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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균 기자
입력 2017-07-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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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실업률"...대한민국 사회 암울한 상황 '웅변'

 


(울산) 정하균 기자 = 요즘 고등학교를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중에서도 절반이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야말로 대학이 '대학(大學)'이 아닌 공무원 양성소가 돼버린 것이다.

울산의 한 대학교 도서관. 이곳에서 만난 정모씨(23·여)는 "부모님이 두 분다 공직자"라면서 "어릴쩍부터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직 7급 시험을 준비하는 한모씨(29·철학과 전공)는 "졸업 후 10개가 넘는 업체에 원서를 냈다. 하지만 울산지역은 대부분 이공계열의 학부가 취업이 잘 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철학과 출신들이 갈 곳은 마땅히 없다"고 한숨지었다.

최근 필자가 만난 울산지역의 한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공무원만 되면 다 잘될 것 같아요. 결혼도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정년퇴직시까지 안정적으로 근무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잖아요. 사촌형이 있는데 학자금 대출 갚느라 새벽까지 알바를 하는 모습이 가슴아픕니다"라며 자신의 가정형편도 넉넉치 않다고 강조한 뒤 이 같이 말했다.

A군의 말은 대학에 들어가 학자금대출에 시달리는 본인의 무능함보단 일찍 공직에 나아가 여유롭게 사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3년째 경찰공무원(순경)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최진욱씨(32)는 "시험을 20대 후반부터 준비했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이 되질 않아 그냥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보라는 부모님의 말에 무턱대고 학원을 끊었다"면서 "30대가 되니 초초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합격이 되지 않는다면 죽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다"며 힘들어 했다.

왜 이렇게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걸까.

공무원을 속된 말로 철밥통(깨지지 않는 밥그릇) 이라 부른다. 즉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불안정하고 삶이 처절하다는 방증이다.

공무원은 큰 잘못이나 범죄 등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해고될 위험이 적다. 
 

 


지금도 고시촌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울산의 경우 올해 제2회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경쟁률이 평균 15.8대 1을 기록했다.

총 341명 모집에 5372명이 지원, 지난해 경쟁률 15.4대 1보다 다소 늘었다.

지난달 접수 마감되된 국가직 7급 공채에선 730명 선발에 4만8361명이 지원했다(전체 평균 경쟁률 66.2대 1).

올해 1차 경찰공무원시험 경쟁률은 41:1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들은 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 최근 10%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치의 청년 실업률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암울한 상황을 단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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