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사청문회 관전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6-06 19: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7일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고비의 날이다.

이낙연 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야당과 뿔난 시민들을 향한 전초전이었다면 이날 열리는 3명의 고위 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야말로 향후 문재인 정부의 순항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본격 전쟁이 될 것이다. 

면면도 1차 청문전쟁에 뒤지지 않는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그리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이날 열린다. 

여기에 더해 김상조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도 판가름나기에 결전의 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김이수 후보자는 통진당 해산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낸 것에 대한 야당의 이념 검증이 치열할 것이다. 강경화 후보자는 의혹들이 양파껍질에 비유될 만큼 많아서 야당의 집중포화가 예상된다. 그나마 김동연 후보자는 정책 검증으로 청문회다운 청문회가 예상된다.

김대중 정부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인사청문회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숱한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낙마했다. 새 정부는 낙마사태로 인해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면서 개혁동력을 잃곤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안고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후보자 추천에 5대 배제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그 공약은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던 1700만명의 시민 뿐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들을 향한 약속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 총리를 시작으로 위장전입이 김상조, 강경화 후보자까지 덮쳤다. 

시민들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청와대의 해명 과정은 시민들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기대가 컸던만큼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야당과 보수 언론 등에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웃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취임 이후 80퍼센트 이상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70퍼센트 대로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SNS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들이 지적한 문제는 분명하다. 정책검증은 제대로 되지 않고, 개인과 가족에 대한 도덕적 검증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것인데 말인즉슨 맞다.

그들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보수정권 아래서 고위공직자들의 낙마사태가 잇따르자 보수언론이나 당시 여당이 그런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수긍하지 않고 저급한 논리라며 폄하했던 진보진영의 태도를.

최근의 공방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7일 열리는 3건의 인사청문회 역시 진영논리에 기초를 둔 공방으로 치닫을 것이다.

공방이 지속될수록 적폐의 대상이 되었던 세력들의 설 자리가 조금씩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인사청문회 사태는 우리 사회가 촛불시민혁명 이전의 시간으로 후퇴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잘못된 것은 잘못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다시 시작하라. 

문 대통령은 촛불시민혁명 이전과 이후가 구분될 수 있도록 하라. 이것이 촛불의 명령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사진= 박원식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