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비단으로 수 놓은 ‘황홀한 꿈’-항저우 중국비단박물관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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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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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대 말 서양식 여성 치마복장. 2016년 새롭게 마련된 서양 코스튬관에 전시되어 있다. 중국비단박물관에 소장된 4만점의 서양 복식을통해 4백년에 걸친 서양 복식의 발전사와 시대적 특징 및 복식의 풍격을 한눈에 파악할수 있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1970~80년대 해외로 수출된 우산으로 흰색 단자(緞子)에 컬러 인물 자수가 놓여있다. 상단부에는 상아로 만든 작은 원형 인물조각상이있고, 손잡이 부분에는 화초 무늬가 새겨져 화려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 우산임을 알수있다. 우산 옆면에는 중국의 역사와 희곡(戲曲)에 등장하는 장면을 새겨 동양적 색채를 물씬 풍긴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인민화보 장진원(張勁文) 기자 =“천리 길을 지나 항저우(杭州)에 도착하니 절반은 시후(西湖)이고 절반은 비단이로다(千里迢迢來杭州, 半為西湖半為綢)”
보드랍고 아름다운 비단은 중국 오천년 문명사에 걸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세계 곳곳으로도 퍼져 나가며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인지 예로부터 ‘비단의 고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항저우의 시후 강변에는 비단에 대한 수집·연구·전승·전시가 이뤄지는 세계 최대의 섬유복식 박물관 ‘중국비단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세계최대 비단박물관의 탄생
2000만 위안(약 33억1700만원) 넘게 투자된 중국비단박물관은 1992년 개관했다. 투자금의 절반은 국가에서 지원됐고 나머지 절반은 전국 각지의 비단 관련 기업들의 기부로 마련됐다. 개관 초기에는 내부가 다소 썰렁했지만 다행히 전시물 수집 단계에서 사회 각지와 민간에서 많은 기증 참여가 이뤄졌다. 비단박물관의 자오펑(趙豐) 관장은 “중국비단박물관은 사회의 공헌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과거 전무(全無)한 상태였던 박물관 내부의 전시물은 25년에 걸쳐 시장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국가와 민간의 기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됐다. 이제까지 수집된 전시물만 총 6만여 점에 이른다. 신석기 시대서부터 시작한 역사적·시기별 비단 문물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옛 실크로드 길을 따라 출토된 한(漢)·당(唐) 시기의 직물, 북방초원 국가요(遼)·금(金) 시기의 유물, 송(宋)나라 때 창장(長江) 이남 지역의 복식, 명(明)·청(淸) 시대의 관기(官機) 제품, 근대의 치파오(旗袍), 인물 및 풍경화가 수 놓인 직물까지 다양하다. 이 밖에도 고대, 현대, 국내외를 아우르는 민족 특색의 문물과 현대적 문물도 다수다.
박물관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전시물 기증자들을 초청해 따뜻한 기념 행사를 마련했다. 기증자의 주소나 전화번호가 변경되어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신문에 공고를 게재하여 수소문하기도 했다.
황정(黃政) 씨는 평범한 항저우 시민이다. 1997년 2월 그는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 사이의 비단 자수품 39점을 중국비단박물관에 기증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오랜 소장품이었다. 같은해 10월에는 두번째로 자수 요이불 등을 기증했다. 그리고 2009년 11월, 세번째로 중화민국 시기의 옷가지를 기증했다. 그가 주거지를 옮기는 바람에 그 후로는 한때 박물관과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올해 황씨와 가족들은 박물관의 기념행사에 참석해 다시 한번 중화민국 시기의 두루마기와 서양식융단, 윈난(雲南) 여행중에 수집한 현지 소수민족의 모자와 두건을 기증했다.
황씨는 자신의 기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어릴때 매년 날씨가 가장 무더운 시기가 오면 외할머니가 집안의 커다란 가죽상자에 보관하던 비단 옷가지들을 모두 꺼내 햇볕에 말리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자오펑 중국비단박물관 관장. “비단문화유산의 계승과 보호, 비단문화의 확산은 제 필생의 업입니다. 평생 이 일은 제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즐거운 일입니다.” [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
박물관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시류(時流)회고전’을 열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비단과 연관 되었던 대표적인 사건, 디자이너의 작품, 기업의 제품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2014년 시류회고전의 주제는 ‘꿈을 엮다(築夢)’였다. 당시 회고전의 ‘총감독’ 역할을 맡았던 자오관장은 “우리가 엮는 꿈은 비단박물관의 꿈이자 비단문화 부흥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박물관의 방직전시관에는 2미터가 넘는 오래된 직조기가 여러대 놓여있다. 자오관장은 하나하나 가리키며 소개를 이어갔다. “직조기마다 짜내는 직물이 달라요. 이것들은 경금(經錦)과 송금(宋錦)이고, 저것은 능견(綾絹)을 짜는데 쓰이는 기계입니다.” 한 직조기 앞에는 작업자 두명이 열심히 바늘과 실을 꿰고 있었다. 2천년도 넘은 서한(西漢) 시대에 베를 짜는 기계였던 조면기(繰綿機)를 재현한 모습이 었다.
2012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지하철 건설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한묘(漢墓·한나라때의고분)에서 네개의 직조기 모형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목용(木俑·나무인형)의 형태로 볼때 방직공이 작업을 하는 모습으로 추정됐다. 박물관은 목용의 키 비율에 맞춰 직조기를 복원하고 작업 원리를 재구성해 나갔다. “고대 직조기나 방직물을 복원할 때에는 항상 근거를 갖고 작업합니다. 이미 사라진 일부 기술도 어떻게든 복원하고 습득하게 함으로써 이 기술이 대대손손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죠. 또 이 기술이 앞으로 새로운 역할을 발휘하리라 기대합니다.” 자오 관장의 말이다.
자오 관장의 주된 관심사는 비단 직조기술을 생산적으로 보호하는 일이다. “현재 직조기술의 보호와 계승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시장입니다. 비단 시장개척의 걸림돌은 기술향상과 혁신이고요.” 자오 관장은 현재의 비단 직조기술 계승 과정이 단조롭고 창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한창이다. 그는 “설계와 기술 측면에서 전반적인 수준향상이 이뤄져야하고, 이 둘이잘 결합되어야 비로소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칠수 있을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천연비단이 시장에서 더욱 환영받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중국은 산업화와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도나 캄보디아, 태국의 경우 민족적이고 독특한 특색이 있는 순수 천연상품을 추구합니다. 시장에서도 사실상 이런 나라들의 견직물이 더 인기가 많죠.” 자오 관장은 자신이 두른 푸른색 비단 스카프를 가리키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 스카프는 인도산입니다. 이런 투박하면서도 심플한 기술은 산업화나 표준화 생산을 통해서는 구현해 낼 수가 없지요.”
박물관은  2015년부터 확장 리모델링공사를 진행중이다. 공사가 끝나면 신관의 건축면적은 2만3000m2, 전시면적은 9000m2로 늘어난다. 또한 박물관 내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비단숍이나 자수갤러리등 관람객들을 위한 휴계공간이 마련되어있다. 3월부터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밤 9시까지 박물관을 개방하고 있다. 조용하고 아늑하면서도 문화적 숨결이 살아있는 야간 개장을 통해 현대의 일상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둥근 꽃송이와 구슬로 장식되고 화초, 사슴 등이 수 놓인 비단모자로 당나라때의 복식이다. 모자의 전체적인 양식이 갈모(笠帽)와 상당히 유사하다.상단 끝 부분에는 총 6개의둥근 삼각형 모양 직물이 퀼트로 짜여있고, 모자의 면은 상단 끝과 동일한 면소재를 사용했다.이 둘이 만나는 곳에는 35개의 수직띠가 봉제되어있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박물관의 ‘천잠(天蠶)의 지혜’ 전시관 내부에는 지금도 사용중인 민간직조기와 복원된 고대 직조기가 있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직접 직조기를 다루는법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청나라 시대꽃을 수 놓은 목 짧은 신발이다. 만주족 부녀들이 신었으며 끝이 뾰족하고 굽이 높다. 신발에 색색의 명주실로 수 놓인 매화(梅花)와 까치(喜鹊) 문양을 통해 ‘기뻐하여 눈썹꼬리가 올라간다(喜上眉梢)’, ‘ 봄기운을 기쁘게 알리다(喜報春光)’라는 뜻을 나타낸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원나라 시대 여성용 두루마기, 남성용 변선포(辮線袍), 해청의(海靑衣). 이를 통해 원나라 귀족 남녀의 복식 문화를 알 수 있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관람객들은 자수 침법을 확대한 모형을 통해 각종 침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사진=인민화보 궈사사(郭莎莎) 기자]


비단이 통하던 길, 길 위의 비단
중국비단박물관은 비단 직조기술의 계승과 보호는 물론 비단문화의 확산과 발전이라는 ‘사명’도 짊어지고 있다.
서한 때 한무제가 장건에게 서역 원정을 명한 뒤로 중국에서 유럽과 아프리카로 통하는 육로가 열렸다. 이 길을 통해 서역으로 운반되는 화물 중에는 비단으로 만든 제품의 영향력이 가장컸다. 1877년 독일의 지리·지질학자였던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은 저서<중국(China)>에서 이 길을 최초로 ‘비단길(실크로드)’이라 명명하였다. 하지만 비단길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비단은 이미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었다. 비단길이 뚫린 뒤로는 비단은 오랜 역사를 지닌 세계적 상품이 되었고, 중국의 비단 문화는 더욱 멀리까지 퍼져 나갈수 있었다.
2013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가 나오자 비단길에 다시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비단길에는 두가지 핵심단어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나는 ‘비단’이고 다른하나는 ‘길’이지요. 지금 우리가 집중하는 부분은 ‘길’이지만 이 길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요소는 바로 ‘비단’입니다.” 자오 관장은 비단에 대한 ‘일대일로’ 관련국들의 호감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얻는것이 자신의 주 업무라 설명했다.
이 여정 위에서 중국비단박물관이 만난 첫번째 ‘동지’는 바로 비단길 관련국가에 있는 박물관과 학술기관들이었다. 이들 기관이 서로 협력해 만들어낸 산물이 바로<둔황(敦煌) 비단예술전집>이다. “<둔황비단예술전집>은 우리 박물관이 영국의 대영박물관·대영도서관·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 프랑스의국립박물관·기메미술관, 러시아의에르미타주박물관과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입니다. 2007년, 2010년, 2014년에각각영국판, 프랑스판, 러시아판이 간행됐습니다.”
전집을 보면 완벽히 보존되거나 일부 파손된 고대 비단 직물의 사진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벽화나 문헌은 비단길 문화를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소개할수 있지만 비단 직물은 좀 번거롭습니다. 여러 겹으로 구성된데다 표면 말고도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우리가 예술전집을 제작한 이유도 비단 직물의 도안을 복원하고 조직구조 분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실어 일반인들이 비단문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중국비단박물관은 관련국들과의 공동출판 외에도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며 비단문화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 ‘비단의밤’ 행사를 통해 ‘이탈리아의밤’, ‘아랍의밤’, ‘나라쇼소인(正倉院·일본 나라현에 있는 국립박물관)의밤’, ‘프랑스의밤’등을 개최했다.
2016년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금으로수놓은세계(錦繡世界)’라는 특별전시회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특별전의 스토리는 중국의 비단이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계기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비단길과 현재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서로가 연결된 세계를 선사할 것이라는 내용을 표현했습니다.”
자오 관장은 새로운 시기의 비단문화 교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천년 넘게 비단길이 이어지는 동안 비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비단 산업이 상당한 규모를 갖춘 나라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우리가 무역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외부전시회를 할 때마다 비단 제품을 조금씩 갖고 나가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해당 나라에 가서 제품을 꺼내놓으면 현지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시가 순식간에 쓸어가곤 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도 박물관은  9~10회 정도의 ‘비단의 밤’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기도 한 그는 비단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산으로 등재된 6월 22일을 ‘세계 비단길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일대일로를 통해 비단문화가 더 넓은 세상으로 확산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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