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라마단과 중동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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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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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넥스나인·넥스페어 대표 [.]


이슬람권 국가는 현재 라마단(Ramadan) 기간이다. 국가마다 새로운 달로 바뀌기 전의 달을 관측한 뒤 라마단의 첫날을 발표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5월 27일경에 시작하여 6월 25일경까지 계속된다고 보면 된다. 라마단 기간 중에는 동이 틀 무렵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금식해야 하고, 정신·육체적인 일들도 최소화하며, 하루 5회 기도를 해야 한다. 회사나 공공기관 식당 등도 문을 닫거나 업무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업무는 쉽지 않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카타르 출장을 가려고 하는데 좋은 바이어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것과 현지 개척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강력히 말렸다. “사장님, 왜 지금 가시려 합니까. 라마단 끝나고 난 후 이드 페스티벌(Eid festival) 모두 마치고 가세요. 지금 가시면 비즈니스하기 어렵습니다.” 현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문의를 받을 때마다 늘 이렇게 만류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파견하는 해외시장 개척사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행정 절차뿐 아니라 해외 현지 시장의 문화나 실정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현지 고객 상황이나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5월에 사업을 시작하여 8월에 결과를 내라고 요구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중동시장을 개척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시기의 문제’다. 한국의 경우 1~2월은 회사의 부서 이동이나 설 연휴 등으로 인해 업무 추진에 애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상반기 사업은 3~5월에 집중되는데, 시간에 쫓겨서 사업을 준비하면 내실을 기하기가 어렵다. 다음은 6~8월이다. 이 때는 여름휴가, 폭염, 라마단과 이드 페스티벌 등 파견국가의 현지 상황으로 업무 추진이 여의치 않다. 결국 진행 가능한 시기는 9~12월밖에 없다. 충분한 준비기간과 알찬 성과를 희망한다면 이 시기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형식의 문제’다. 통상 정부가 파견하는 시장개척단은 고급 호텔을 임차해 참가기업의 제품에 맞는 맞춤형 바이어 상담회를 주선하는 형식으로, 각 상담별로 30분 정도 시간을 배정해 추진한다. 이러면 모양새도 좋고, 참가 기업은 테이블에 앉아 주관자가 떠먹여 주는 대로 받아먹으면 되어 간편하고, 주관자도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성과 여부를 떠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동국가들에는 절대 적합하지 않다. 중요 결정권자와 호텔에서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런 행사에 바이어들은 대부분 실무자들을 보내는데, 이들은 중동 기업의 특성상 외국에서 고용된 계약 직원(대부분 3년 계약직)이라 상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중동 국가는 95% 이상,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거래 상담을 진행할 때 판매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에 많이 민감해한다. 공개된 호텔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30분간 돌아가며 상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고 하니,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기업 관계자들에게 중동 바이어의 특성을 ‘One or nothing’이라고 표현한다. 구매자에게는 구매자의 의무가 있고, 판매자에게는 판매자의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현지 타깃(Target) 바이어를 선정하여 그들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직접 그들의 회사를 방문, 시연하는 것이 판매자의 최소한의 의무다. 바이어들의 사정을 이해한, 그들의 정서에 맞춘 맞춤 시장개척단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우리 중소기업들이 보다 많이 중동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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