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저성장·고실업 '한국형 리쇼어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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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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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IT중소기업부장]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입주해 있는 자동차 전장부품 제조업체 A사. 창업한 지 25년이 된 이 업체는 최근 고심 끝에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변수로 중국 시장에 반한(反韓) 감정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보다 값싼 인건비와 공장부지 확보의 용이성 등 진출 조건이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비단 인건비와 공장부지 때문만은 아니다. 20~30대 직원이 최근 한두 명씩 들어왔지만 6개월을 못 버티고 잇달아 퇴사했다. 외국 근로자 채용도 고용인원 제한과 외국인전용보험 가입 등 복잡한 행정절차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성장판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도 생산비용 절감이나 해외시장 개척에 유리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등 탈(脫) 한국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 투자한 중소기업의 투자금은 총 6조8700억원에 달한다. 해외에 설립된 법인 수도 크게 늘어 1600개에 육박했다. 중소기업 해외 투자금액의 추이를 살펴보면, 비정상적으로 해외 투자가 급증했던 2000년을 제외하면 1990년대 14%, 2000년대는 11%로 주춤했다가 2010년대 들어 16%로 반등했다. 2015년에는 전년 대비 61% 급등했고 작년에도 18%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로 떠난 대기업들의 하청이 줄고 있고 여기에 각종 규제와 인건비 상승 등 불리한 환경들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세수는 줄고 일자리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 이전 가속화로 2006년부터 10년간 344억4000만 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가 무산됐다. 없어진 신규 일자리가 24만여개에 이른다.

중소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현지화를 통한 생산과 마케팅 강화, 비용절감,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부분도 있지만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들과 낮은 노동생산성, 노동 시장의 경직성과 노사분규,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과 과도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더 크게 작용한다. 대기업의 하도급계약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장수기업의 탄생을 가로막는 상속세율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은 다르다.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들은 세금감면과 지원책 등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을 유턴시키고 있다. 독일은 값싼 인건비를 찾아 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한 세계 2위의 스포츠용품 메이커인 독일 아디다스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하도록 지원하며 국내로 불러들였으며, 일본은 혼다·도요타·파나소닉 등을 국내에 복귀시켰다. 멕시코 정부는 기아차 유치를 위해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500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의 세제 혜택 조건을 제시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자국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해 GM, 보잉 등을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트럼프행정부도 리쇼어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턴기업 활성화는 일자리와 성장을 의미한다. 저성장·고실업·내수경기 침몰이라는 난파선에 있는 우리 경제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즉 한국형 리쇼어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높은 청산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은 쉽지 않을 테니 복귀 과정의 애로를 최소화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선 정부의 지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세금 감면의 경우, 국내에도 사업장이 있다면 해외 사업장을 부분이 아니라 완전히 접어야만 혜택을 받고, 돌아오더라도 수도권은 안 되고 지방만 가능하다. 여기에 중국에선 사업장을 철수할 때 거액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전 관련 비용은 고스란히 해당 기업 몫이다. 유턴기업 지원법(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도 손질해야 한다.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실제 국내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가동할 예정인 유턴 기업은 30개 사에 불과하다.

핵심기업과 수도권 지역을 유턴기업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임금수준 인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불합리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한국형 리쇼어링 붐 조성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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